[사설]용산기지만 오염된 게 아니다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9분


용산 미군기지에서 기름이 유출된 게 확인됨으로써 용산을 포함한 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와 원상회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책이 요구된다.

용산 기지 내의 토양과 지하수가 기름에 오염된 사실은 인근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수에 매일 10ℓ 가량의 기름이 뜨고 있는 원인을 찾기 위해 서울시가 미군측에 시추를 요청함에 따라 확인된 것이다.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원에 대해서는 정밀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하고 책임문제도 반드시 따져야 한다. 미군측은 기지 내 기름탱크가 깨져 최근 긴급보수를 했다며 녹사평역 지하수에 섞인 기름이 미군기지에서 유출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녹사평역 지하수에서 발견된 휘발유 성분이 미군기지 내 지하수에서 채취한 휘발유 성분과 거의 같다고 밝힘으로써 미군측과는 다른 견해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용산 미군기지 내 시추 조사가 이뤄진 지역은 지하 15m에서 17m까지 기름으로 오염됐고 지하수와 암반도 이미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사실이다. 미군측이 유류 시설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환경관리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사고 같은 게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사실 미군기지의 환경 오염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용산 기지에서는 지난해 독극물 방류사건도 있었다. 미군부대 기름 유출 사고만 해도 90년대 이후 19건이나 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문제는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사고 등이 은폐되거나 분명한 원인이 가려지지 않아 왔으며, 피해구제나 원상회복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개정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라 미군의 환경오염 사고 조사에 우리측 참여의 길이 열렸지만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오염물질 제거나 피해보상 문제 등에 대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미군이 군사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 또는 복구비용 등에 대한 규정 역시 없다.

녹사평역 오염원에 대한 미군측의 자체조사나 최근 강원 원주의 미군부대가 농경지에 흘러든 기름 때문에 피해를 본 주민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한 것은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군의 환경오염을 막을 근본적 대책과 오염된 땅의 원상회복을 위해 정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포함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미군기지가 환경오염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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