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

  • 입력 2001년 7월 26일 17시 21분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지난 7월 13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3.1이닝 동안 7실점(7자책)하며 4월 25일 피츠버그전부터 이어온 연속 경기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 행진을 15경기에서 마감했다. 박찬호가 기록 행진을 이어나가는 기간동안 국내 스포츠 일간지들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 달성' 여부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며, 퀄리티 스타트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덕분에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던 퀄리트 스타트는 이제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퀄리티 스타트를 다루는 기사 가운데 대부분은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때문에 이번 컬럼에서는 각종 기록을 통해 선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퀄리티 스타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선발 투수가 퀄리티 스타트(QS), 즉 선발 투수로서의 임무는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① 6이닝 이상 투구하며, ② 상대 타선을 3실점(자책점) 이하로 막아야 한다. (퀄리티 스타트를 판단하는 기준은 투수의 자책점이기 때문에 만약 투수가 6이닝 이상 투구하며 대량 실점하더라도 투수의 자책점이 3점 이내라면 투수는 QS를 기록하게 된다. ‘실책에 의한 실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퀄리티냐’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무시해도 좋다.) 이러한 QS는 1986년 워싱턴 포스트의 리처드 저스티스 기자가 처음으로 사용한 뒤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스포츠라이터 존 로우(John Lowe)가 제일 처음 사용했다는 견해도 있지만, 누가 만들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QS - 팀 승리에 미치는 영향

야구에 관한 모든 기록은 팀 승리와 연관되어 있다. 아니 연관되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기록이라 하더라도 소속 팀의 승리에 공헌하지 못한다면 그 기록의 의미는 반감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선발 투수의 QS가 팀 승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1999-2000 시즌 전 경기를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한 경기’와 ‘QS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로 나누어 각 경우의 팀 승률을 구했다.

 

 

Pct.

G

W

L

ND

Win%

1999

QS

34.8%

367

251

101

13

0.702

NQS

65.2%

689

262

412

17

0.393

 

 

1056

513

513

30

 

2000

QS

37.5%

399

290

97

12

0.742

NQS

62.5%

665

229

422

14

0.355

 

 

1064

519

519

26

 

Total

QS

36.1%

766

541

198

25

0.723

NQS

63.9%

1354

491

834

31

0.374

 

 

2120

1032

1032

56

 

NQS : 선발투수가 QS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 / ND : 무승부(승률 계산에서는 0.5승으로 간주)

위 표에서 보듯이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한 경기에서 소속팀의 승률은 무려 0.723에 이른다. KBO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한 ‘85 삼성 라이온즈의 승률이 0.706임을 감안한다면 선발 투수의 QS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의 승률 0.374는 2001 페넌트레이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의 승률보다 낮다. 그리고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승리하지 못한 경기 가운데에는 상대팀 투수 역시 QS를 기록한 경기가 많았음을 고려하자.

 

 

IP

IP/Start

ER

ERA

1999

QS

2624 1/3

7.15

599

2.05

NQS

2947 1/3

4.27

2566

7.84

 

5571 2/3

5.11

3165

5.11

2000

QS

2581 1/3

6.47

615

2.14

NQS

2904 1/3

4.37

2473

7.66

 

5755 2/3

5.41

3088

4.83

Total

QS

5205 2/3

6.80

1214

2.10

NQS

5851 2/3

4.32

5039

7.75

 

11057 1/3

5.22

6253

5.09

IP : QS, NQS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던진 투구 이닝 / ER : QS, NQS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

평균 투구 이닝 역시 주목해야 한다. 한 시즌에 약 25-30경기 가량을 등판하는 선발 투수와는 달리, 많은 경기에 등판해야 하는 불펜 투수들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하지만 야구는 9이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나머지 이닝은 고스란히 불펜 투수들이 던져야 한다. 불펜 투수들의 잦은 등판, 그리고 그로 인한 부상과 구위 저하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새삼스럽지 않다.

QS Leaders

다음은 1999-2000 시즌에 각각 가장 많은 QS를 기록한 투수들 Top 10 이다. 역시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는 투수들이 많은 QS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QS% 역시 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1999

2000

Pitcher

QS

GS

QS%

Pitcher

QS

GS

QS%

정민태

22

29

76%

해리거

20

41

65%

김수경

18

27

67%

임선동

20

29

69%

문동환

18

28

64%

정민태

19

29

66%

정민철

17

29

59%

김수경

19

29

66%

이상목

15

26

58%

손민한

18

28

64%

주형광

15

28

54%

주형광

15

22

68%

송진우

14

26

54%

최상덕

14

30

47%

김상진

14

30

47%

김진웅

13

39

45%

손 혁

13

25

52%

파 머

12

26

46%

이경필

13

28

46%

이광우

12

24

50%

다음은 팀 별 QS이다. 두 투수왕국 현대와 롯데가 많은 QS를 기록했으며 강력한 불펜 위주로 투수진을 운용하는 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QS를 기록했다.

1999

2000

Team

QS

G

QS%

Team

QS

G

QS%

현대

60

132

45%

현대

73

133

55%

롯데

58

132

44%

롯데

65

133

49%

한화

56

132

42%

LG

55

133

41%

두산

45

132

34%

두산

52

133

39%

삼성

44

132

33%

삼성

46

133

35%

LG

37

132

28%

한화

45

133

34%

SK

36

132

27%

해태

37

133

28%

해태

31

132

23%

SK

26

133

20%

지난 2000년 8월 13일 두산과의 시즌 15차전에 선발 출장한 손민한은 상대타선을 5 2/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를 박석진에게 넘겼다. 그런가하면 한화와의 시즌 7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두산 파머는 6이닝 동안 3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렇다면 각각의 경기에서 누구의 피칭이 더 훌륭했는가? 그리 어렵지 않게 ‘8월 13일의 손민한’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QS의 기준에 따르면 대답은 달라진다. 이러한 문제를 QS가 갖는 결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수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5이닝 이상”은 퀄리티 스타트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어렵고 “5 1/3 혹은 5 2/3이닝 이상”은 복잡하다.

과거에는 QS와 관련하여 “6이닝+3실점" 경기의 ‘퀄리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KBO 리그 평균 방어율은 4.50을 상회했으며, 선발 평균 투구 이닝 역시 5 1/3 이닝을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6이닝+3실점“ 경기 역시 선발 투수로서 책임을 완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방어율, 투구 이닝 그리고 선발 등판 경기수가 비슷하지만 QS 개수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명의 투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QS를 기록할 수 있는 투수는 조기 강판 당하는 경우가 드물고 매 등판 경기마다 경기 후반까지 마운드에 남아 있는 투수일 것이다. 반면 등판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투수라면 많은 QS를 기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 기복이 심한 투수들은 팀 공헌도가 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호투하는 경기에서만큼은 ‘확실한’ 승리를 팀에 안겨주기 때문에 꾸준한 투수들에 비해 팀 공헌도가 낮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결과적으로 QS는 기복이 심한 선수들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퀄리티 스타트에 대해 살펴봤다. 선발 투수가 QS를 기록한 경우와 QS를 기록하지 못한 경우 팀 승률의 차이가 특히 인상적이며, QS가 기복이 심한 선수들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등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대한’ 문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QS는 팀 승리와 밀접한 상관 관계를 지니며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팀 공헌도도 높기 때문에 선발 투수에게 QS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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