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9]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36분


개인은 한가지 능력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으나 국가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사실 다양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기도 한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인종 못지 않게 능력이 뛰어나고 또한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나카네 지에 도쿄대 교수는 ‘논리와 미소’라는 글에서 인도인들은 논리만 맞으면 비록 인간관계가 파괴되더라도 끝까지 따지고 보나, 일본인들은 반대로 논리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므로 미소로 대화를 끝낸다는 것이다. 따지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은 ‘분석지능’,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인간관계 지능’이 높다고 한다.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동서양인들은 1750년까지는 다같이 문장력이나 인간관계와 관련된 분석지능을 중시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그 이후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함께 중시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으나, 동양인들은 그 이후 상당기간 주로 분석지능만 중시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도 최근까지 주로 분석지능이 높은 사람들을 ‘똑똑하다’고 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다양한 능력을 중시하게 되자 한국인들은 경제성장의 모델국가를 만들 정도로 많은 능력을 발휘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9세가 되면 영어를 매일 한 시간씩 배우고, 13세가 되면 적국인 이웃 아랍어를 배운다. 대학생이 되면 유럽 선진국 말을 배우므로 졸업 때가 되면 최소한 4, 5개 언어를 한다. 한국인들 중에도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능력을 ‘언어지능’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세계화에 가장 앞선 인종으로서 인간의 이런 지능개발을 중시한다.

21세기 성장산업의 하나는 스포츠산업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돈도 많이 벌고 국위선양도 많이 한다. 우리 주위에는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스포츠지능’이 높은 사람들이다. 시계나 전기제품이 고장나면 고치기를 좋아하고 집 단장, 수리 등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다. 미국의 새뮤얼 콜트라는 청년은 이미 18세 때 자동권총을 발명했다. 이는 나중에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일본의 사무라이들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나라를 개방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실용지능’이 높다.

어느 어머니는 자식의 눈빛을 보면 비행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직관력이 높다고 한다. 직관력, 눈치, 순발력이 높은 사람들은 ‘직관지능’이 높다. 어떤 사람들은 틈만 있으면 노래를 하고 배우고 모임에 가면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자고 한다. ‘음악지능’이 높은 사람들이다. 한국인과 이탈리아인들이 특히 음악지능이 높다고 한다. 각종 사물의 모양 색깔 구조 등에 관심이 많은 ‘예술지능’ 높은 사람들은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이 될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인사의 이름, 음식점 이름, 각종 사건 등 그야말로 모르는 것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적 지능’이 높다.

인간의 마지막 지능은 ‘기업가적 지능’ 곧 이재(理財)지능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하여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능이다. 앞의 여러 가지 지능을 잘 결합할 때 생기는 가장 포괄적인 지능이기도 하다. 기업가중에 인간관계지능 분석지능 직관지능 스포츠지능이 고루 높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이 국민의 이런 지능 개발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싱가포르 인구와 같은 300여만명의 ‘사장님들’이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설자는 앞으로 한국에 세계적인 기업가적 지능을 가진 사람이 100명만 나온다면 온 국민의 생활이 편안해 질 것이라고 했다.

이상의 10가지 지능 중 앞의 9가지는 영국의 으뜸가는 경영경제사상가인 찰스 헨디가 밝힌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필자가 더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분석지능 중심의 교육제도나 사회분위기를 10가지 지능 모두를 잘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하며, 이들 지능을 퓨전한 기업가적 지능도 잘 개발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간다면, 한국인들은 놀라운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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