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노다리 시모니야/극동 가스전에 눈을 돌려라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31분


에너지에 대해 얘기할 때 그것이 우리의 모든 생활에 기본이 된다고 금방 생각해내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에너지가 없으면 우리는 요리도 못하고, 화장실에 갈 수도 없고, 책을 읽거나 일할 수도 없다. 그래서 석유는 ‘검은 황금’으로 불리고 이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대립과 무력충돌 같은 정치적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안보 중 가장 민감한 문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다. 역설적이지만 한국 대만 일본 등 이 지역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들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1990년대 초까지 석유수출국이던 중국까지도 93년부터는 수입국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원, 특히 석유 수입선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했다. 운송은 절대적으로 해운에 의존했고 이 항로의 안전 보장은 주로 미 해군이 맡았다. 그러나 이제 이념적 대립의 시대는 지나갔고 대신 경제적 경쟁과 지역 분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처럼 다양한 에너지 도입선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중동은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한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운송로도 불안하다. 인도네시아의 민족 분쟁과 정치적 불안, 중국과 대만의 무력 분쟁 발생 가능성 등은 해상운송로를 통한 에너지 운송을 불안하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많은 미국 전문가들은 동북아의 에너지 상황을 분석하면서 현상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하루 120억 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하는 에너지 수입국인 미국은 중동과의 밀접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캐나다 멕시코 나이지리아 등 다양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북아의 에너지 공급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95%의 석유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일본도 10∼15년 전에는 70% 정도를 수입했으나 현재는 그 비중이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동남아와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켰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먼저 한국의 주요 가스 공급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의 가스 매장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 세 나라는 전세계 물량의 6%를 공급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내 수요가 늘어나 수출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 됐다.

반면 한국의 가스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또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해운으로 LNG를 공급하는 비용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한국의 국내 가스 가격은 프랑스나 독일에 비하면 몇 배나 비싼 것이다.

한국의 경우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남북한의 경제 협력 확대와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문제와도 연결시켜 봐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된 후 한반도를 통과하는 석유와 가스 공급관 건설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한반도종단철도(TRK)와 가스공급관 건설은 ‘통일 한국’이라는 집에 견고한 철근 골조가 될 것이다.

2000년 9월 한국가스공사는 코브이크타에서 중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조사에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는 100억달러(약 13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200억㎥의 가스가 중국으로 공급되고 100억㎥가 한국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사할린의 가스전과 유전 개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올초 사할린Ⅱ 프로젝트에 참여한 셀과 러시아가 이를 한국에 제의했다. 셀은 한국가스공사에 자신의 지분을 파는 대신 한국가스공사의 지분 15%를 인수하겠다는 제의까지 했다.

결론적으로 시베리아와 극동에서의 대규모 국제적인 에너지 개발은 공동 에너지 체제와 나아가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동북아의 경제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51년부터 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노다리 시모니야(러시아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장)

imemons@onlin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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