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권사 내부통제기준 내달 시행…무책임 유포 막는다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50분


“코스닥시장의 A종목에 세력이 붙었다. 주가가 10배까지 오를 수 있다. 지금 사는 게 돈버는 길이다.” 주식시장에서 단기간에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만한 증권업계 정보의 하나이다.

유능(?)한 영업직원들은 ‘세력이 붙은 종목’ ‘핵심 정부부처 공무원이 사는 종목’ 등의 정보를 단골 고객에게 흘린다. ‘정보가 곧 돈’인 증시에서는 미확인 정보라고 해도 일단 얻어듣고 보자는 심리가 우세하다.

하지만 8월부터는 미확인 정보의 유통이 제한된다. 증권사 임직원들이 제3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는 타당성을 확인한 뒤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외부 정보로 투자를 권유할 때는 전화 녹취록이나 문서화된 자료를 반드시 남겨야 한다.

증권업협회는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불공정 영업행태를 차단하는 내부통제기준을 만들어 각 증권사에 내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각 증권사는 이를 토대로 회사별 기준을 만들어 8월부터 시행해야 한다.

새 기준은 애널리스트가 만든 조사분석자료를 기관투자가에게 먼저 준 뒤 개인투자자에게 배포할 때는 ‘우선제공 사실과 시점’을 공표하도록 했다. 개인이 자료를 받을 때는 그에 앞서 언제, 어디에 먼저 제공됐는지 알 수 있다.

개인은 분석자료의 신뢰도와 함께 기관의 매매여부를 점검해 정보를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애널리스트의 분석자료가 기관과 개인에게 동시에 전달되지는 못하지만 ‘정보 지체’로 개인이 입는 불이익은 줄 것 같다.

또 증권사는 분석자료가 공표된 뒤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분석대상이 된 종목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도록 했다.

증권사가 수수료 수입을 많이 얻으려고 잦은 매매를 권유하지도 못한다. 잦은 매매의 판단기준은 매매회수나 수수료비율 등으로 정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기준은 수수료비율이 위탁자산의 2%(월평균)이상이나 12%(연환산)이상이다. 즉 위탁자산이 1000원인데 월 수수료가 20원이상 나왔으면 매매가 잦은 계좌로 볼 수 있다.

이밖에 큰손 고객의 주문을 받아 체결시키기 전에 같은 종목을 증권사가 자기매매하거나 3자에 매매권유를 하는 ‘선행매매(Front-Running)’를 금지시켰다. 증권사가 보유한 종목을 유리하게 매매하려고 고객에게 해당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내부통제기준은 일반고객의 경우 투자성향과 경력을 감안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만약 고객이 자신의 성향을 벗어나는 상품을 원할 때는 서면확인서를 받은 뒤 팔도록 했다.<표 참조>

증권업협회 자율규제부 이정수부장은 “내부통제기준은 증권사별로 마련하지만 어길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며 “시행 초기에는 그동안의 관행과 맞지 않아 증권사 영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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