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지구촌 경제 불황공포…미-일 경기둔화 장기화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33분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미 수출에 의존해온 싱가포프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이 잇따라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했고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의 침체 도미노〓싱가포르는 1·4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4·4분기(10∼12월)보다 11.3% 감소한데 이어 2·4분기(4∼6월)에도 전분기 대비 10.3% 하락했다고 10일 발표했다.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공식적인 경기침체로 들어선 것.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5∼5.5%에서 0.5∼1.5%로 수정됐다. 성장력이 감퇴하면서 싱가포르 달러화는 미화 1달러당 1.84달러를 기록, 1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가 넘는 고성장을 과시한 말레이시아는 1·4분기 성장률이 3.2%로 급락했고 필리핀과 태국도 3% 미만에 머물렀다. 대만은 2·4분기 경제성장률이 1.1%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조만간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동아시아에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경제가 일제히 곤두박질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때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전체 수출에서 정보기술(IT) 분야가 20∼40%를 차지하는데 올들어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10% 줄었고 대만은 12% 감소했다.

▽지구촌 불황의 뇌관 남미〓디폴트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10일 외채상환을 위해 고율(14.1%)의 국채를 8억8000만달러어치 발행했다. 지난주 8% 하락한 주가는 이날도 6.13%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300억달러의 막대한 외채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에 내년까지 40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아르헨티나가 올 재정적자를 65억달러로 줄이는 조건인데 이를 충족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

브라질은 에너지난에다 경상적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헤알화 가치가 11일 사상 최저치로 폭락, 미화 1달러당 2.57헤랄까지 떨어졌다. 올해만 30% 하락한 것. 정부는 연말까지 60억달러를 투입, 통화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외국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런던 UBS워버그의 알렉스 개러드 연구원은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신흥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이 유출되면서 지구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빠진 ‘성장 기관차’〓로런스 린지 미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11일 “미국 경제가 영업실적 저조와 투자 부진으로 위축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울 전망.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 수익의 악화, 실업률 증가, 주가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린지 보좌관이 밝힌 3·4분기 1%, 4·4분기 2%의 성장 전망치는 당초 기대에 크게 미달한 수준.

IMF는 9일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25%로 낮췄다. 독일의 수출 주도 경제가 미국 일본의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 고유가와 광우병으로 인한 물가상승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런던과 파리의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각각 11%, 15% 빠졌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