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기업 상반기 정리"…정부 약속 또 물거품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31분


부실대기업 구조조정을 올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물거품이 됐다.

5월말경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주요 부실 대기업의 처리를 6월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 내에 구조조정의 원칙 및 처리방안을 확정짓고 하반기부터는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재도약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는 그나마 자금확충계획이 진행됐으나 현대투신 대우자동차 서울은행 등 대기업매각과 삼성자동차 부채처리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며 더 이상 추락할 신뢰도 없다”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주요 부실대기업 처리 현황
계 획현 황
대우자동차6월중순 매각 MOU 교환매각협상 장기전 돌입
현대투신6월말 MOU 교환매각협상 지지부진
서울은행6월말 MOU 교환 협상시한 9월말 연기
현대건설6월말2조9000억원자금지원6월말약2000억원미달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최대한 빨리 마무리 채권단과 삼성의 협상 지지부진
하이닉스반도체6월말외자유치및계열분리계획대로 진행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대우차 매각〓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총재는 6월초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매각협상을 시작하면서 “약 2주정도면 양해각서(MOU) 교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OU는 고사하고 양측의 현격한 견해 차이를 조금도 줄이지 못한 채 협상은 장기전으로 들어갔다.

GM은 자산부채인수(P&A)방식으로 대우차를 인수하되 인수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채권단이 손실보전하는 풋백옵션(Put-Back Option)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감면과 금리우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관건인 부평공장 인수도 명확한 인수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부대조건만을 거론하고 있어 ‘과연 협상의지가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GM이 말도 안되는 요구조건을 많이 내걸고 있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은행, 현대투신도 시한연기〓서울은행도 6월말까지 외국인투자자와 MOU를 교환하겠다고 목표를 정했으나 외국인의 풋백옵션에 요구가 너무 거세 매각시한을 9월말로 연기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더 나아가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혀 무기연기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풋백옵션은 정부가 제일은행 매각 때 적용한 내용으로 서울은행 인수희망자도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며 굽히지 않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AIG와 현대투신 및 현대증권 매각협상도 답보상태에 있다. 현대증권 매각가격을 놓고 현대상선은 취득원가인 주당 1만6000원선을 고집하고 있으나 AIG는 현 주가(1만원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투신 문제는 작년부터 증시를 괴롭혀왔던 ‘시한폭탄’이어서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매각협상에서 한국정부가 자꾸만 처리시한을 못박는 자체가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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