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의 불공정한 조사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25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언론사조사 때 한겨레신문 계열사였던 한겨레리빙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던 이유라며 내놓은 해명자료 중 일부가 거짓으로 확인돼 공정위의 신뢰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공정위는 이 자료에서 청산과정에 있던 부산매일에 과징금 부과 또는 시정명령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한겨레리빙도 그런 관행에 따라 조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언론보도로 부산매일에 과징금을 매겼던 사실이 밝혀지자 공정위는 이 해명자료를 하루만에 스스로 번복했다.

특정신문사 봐주기가 탄로나자 공정위가 의도적인 거짓말로 사태를 호도하려 했던 것이라면 이것은 바로 정부가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차별적으로 조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대한 일이다. 반대로 공정위 주장처럼 단순한 실수였다면 우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이 기관의 업무수행 능력에 심각한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둘 중 어느 경우든 공정위는 생명처럼 지켜야 할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게 됐고 이에 따라 향후 이 기관의 판정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승복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28일 한겨레리빙의 소재불명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해명자료를 거듭 발표했는데 이 주장도 언론의 취재결과에 따라 곧 뒤집혀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공정위가 찾을 수 없다던 이 회사 관계자들을 본보 취재진이 이미 손쉽게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공정위가 이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의심케 해주는 대목이다.

실체가 없어서 조사를 못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런 상태라면 아무리 부도회사라 해도 등기임원의 연락처 정도는 간단한 조회과정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시중에서 매각교섭이 벌어졌을 정도로 실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과연 공정위가 동아 조선 같은 비판적 언론에 가해졌던 조사강도와 적발의지를 갖고 한겨레리빙을 찾으려 했었는지 묻고 싶다.

공정위는 무엇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려는가. 공정위는 고의였건 실수였건 아니면 능력부족 때문이었건 한겨레리빙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잘못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언론의 취재로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공정위는 더욱 난처한 지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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