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 3]어린이 심장질환-서울중앙병원 서동만, 세브란스 이종균교수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2분


서동만 교수
서동만 교수
◇서울중앙병원 소아심장외과 서동만교수

어른심장 아이에 첫 이식 개가 "마음열고 진찰해야 誤診없죠"

21일 오후 4시경 서울중앙병원 소아심장외과 서동만교수(46)는 장기이식관리센터로부터 “A병원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14세 여자아이가 심장을 기증했다”는 긴급전화를 받았다.

서교수는 서둘러 수술 준비를 한 끝에 이날 오후 10시경 13세 소년에게 이 심장을 이식했다.

소년은 심장근육 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심장근육의 힘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확장 심근증’ 환자. 심장 이식수술을 통해 새 삶을 찾았다.

서교수는 지난 3월 39세 여성의 심장을 떼어내 9세 남자아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에도 성공했다. 국내 최연소 심장이식이었으며 국내 최초로 어른 심장을 아이 심장에게 이식한 것이었다.

서교수는 매년 250여명의 심장병 어린이에게 수술을 한다. 소아의 심장은 계란 정도 크기이고, 심장 동맥은 볼펜 심 정도의 굵기다. 수술에는 컴퓨터같은 정확도와 피말리는 꼼꼼함이 요구된다.

흔히 심장수술의 실력은 ‘대혈관전위’ 환자의 성공률을 잣대로 삼는데 서교수는 단순 대혈관전위 97%, 복잡 대혈관전위 90%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평균 성공률 70∼8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세계적 수준이다.

-성공률이 높은 비결은 무엇인가?

“어린이 심장병 치료엔 소아과 방사선과 흉부외과의 협조와 신뢰가 필수적인데 우리 병원은 세 과 의사들의 팀워크가 잘 돼 있다. 특히 동네의원이나 다른 병원에서 많은 의사들이 믿고 환자를 보내고 있는데 소아과 박인숙교수는 환자를 보낸 의사들에게 환자의 치료경과를 꼼꼼히 알려주는 등 대형병원 의사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수술은 언제 받아야 하나?

“한때 첫 돌 이후, 몸무게 10㎏ 이상일 때 수술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어느 때라도 증세가 나타나면 수술받는 것이 원칙이다. 아기가 음식을 잘 못 먹거나, 숨쉬기 힘들어 할 때, 보채고 축 늘어질 때엔 심장병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흉터가 적다.”

-수술받기 전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나?

“심장초음파는 아는 만큼 보인다. 능숙한 의사도 마음을 열지 않으면 오진할 수 있다. 우리 병원에선 소아과 의사 3명 중 최소 2명이 심장 초음파 사진을 중복 검사해 오진율을 낮추려고 하고 있다. 2명 이상의 의사에게 진단받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심실사이막결손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한 살 이전에 낫는다. 또 나머지도 수술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일부는 산전검사에서 태아에게 심장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유산부터 생각하는데 태어나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절대 그래선 안된다.”

-선진국의 심장질환 관심 분야는?

“심장수술 분야는 ‘혁명전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선 돼지의 줄기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사람 심장과 똑같이 만든 다음 이식해 거부반응을 없애는 방법이 연구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 유전자 조작 판막은 곧 등장할 것이고 유전자 조작 심장을 통째로 이식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이종균 교수

선천 심장질환 새 수술법 도입 "일에 빠져 살면서 보람느껴요"

21일 오전10시반 당초 약속 시간보다 20여분 지날 즈음. 복도 저쪽에서 녹색 수술복에 흰 가운을 걸친 의사 한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된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이종균교수(43)는 멋적은 표정이었다.

이교수는 실력에 비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는 “할일은 태산 같은데 방해될까봐 외유(언론에 노출되는 것)를 철저히 꺼렸다”고 밝혔다.

그는 선천 심장질환에 대한 비(非)수술 요법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91년 동맥관열림증, 94년 심방사이막결손 등에 국내 처음으로 가슴을 열지 않는 비수술 요법을 도입한 뒤 지금까지 700여명을 시술했다.

이교수는 “많은 환자가 기다리니 10분 이내에 인터뷰를 마쳐달라”고 부탁했다.

-선천 심장질환의 원인은?

“선천 심장질환은 발병률이 1% 내외로 국내에서는 한해 4000여명의 환자가 생긴다. 염색체 이상도 한 원인이지만 92%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산모가 임신초기 풍진 등에 감염되거나 흡연이나 음주를 해도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30대 후반 이후 출산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천 심장질환의 종류와 진단법은?

“증세와 기형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지만 보통 심장의 복합 기형으로 혈액에 산소가 부족해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과 단일 기형으로 산소는 정상에 가까운 ‘비청색증’으로 나뉜다. 진단은 심전도→심장 초음파→심도자 검사 및 심장혈관 조영술 순으로 진행된다. 보통 심장 초음파 검사로도 수술을 결정하지만 정밀 검진이 필요할 경우 사타구니의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까지 넣어 관찰하는 심도자 검사도 많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3차원 구조로 볼 수 있는 첨단 진단법도 개발됐다.”

-비수술 치료법의 적용 대상과 부작용은?

“주로 비청색증 환자가 대상이다. 심장의 좌우심실을 구분하는 ‘벽’에 생긴 구멍(심실사이막결손)은 우산 모양의 기구로 막아준다. 탯줄과 태아의 심장을 연결하는 동맥이 생후에도 남아 생기는 ‘동맥간 열림증’은 코일로 동맥을 막고 ‘폐동맥 협착증’은 풍선 확장술로 좁아진 혈관을 넓힌다. 모두 사타구니의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은 뒤 모니터를 보면서 시술한다. 수술시간이 1∼2시간으로 짧고 입원기간도 2∼3일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같은 질환이라도 기형의 증세가 심할 경우에는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터뷰 내내 이교수는 시계를 흘깃거리거나 책상 앞 심장 모형을 만지작거렸다. 약속한 인터뷰 시간을 훨씬 넘겼다는 ‘무언의 재촉’으로 느껴졌다. 그의 별명은 ‘워커홀릭’(일중독증). 특별한 취미도, 남다른 건강법도 없다고 말했다.

“일이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짧은 만남을 끝내고 이교수는 다시 5층 검사실로 급히 뛰어갔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이름소속 병원세부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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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심장병 및 알레르기

흉부외과

서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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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심장병, 심장이식

박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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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심장병, 심장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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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심장병, 소아 부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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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심장 수술

이정렬

서울대

소아 심장 외과학

전태국

성균관대 삼성서울

선천 심장병, 소아심장병

◇어떻게 뽑았나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소아심장외과 서동만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이종균교수가 어린이 심장병 치료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대학병원의 소아과, 심장내과, 흉부외과 교수 55명에게 50세 이하의 심장질환 전문의 가운데 △가족이 아플 때 믿고 맡길 수 있으며 △진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어른의 심장질환은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에서 담당하지만 어린이 심장병은 보통 소아과(또는 소아심장과)에서 진단하고 흉부외과(또는 소아심장외과)에서 수술을 맡는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중앙병원 소아심장과 박인숙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흥재교수, 서울대병원 소아과 윤용수교수,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용진교수 등 50대 초반 의사들도 고른 추천을 받았지만 이들은 ‘50세 이하’란 기준에 맞지 않아 집계에서 뺐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부천세종병원, 동아대병원(부산), 전남대병원(광주), 가천의대 중앙길병원(인천)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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