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일확천금을 쫓는 '금융투기의 역사'

  • 입력 2001년 6월 22일 18시 23분


▼'금융투기의 역사' 애드워드 챈들러 지음/520쪽 1만8000원/국일증권경제연구소▼

‘금융투기의 역사’는 17세기 이후 현대까지 진행된 투기의 사례를 사건별, 인물별로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금융투기의 연원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630년대 네델란드의 튤립 투기와 17세기 영국 런던의 주식거래꾼, 오늘날 인터넷 시대의 데이트레이더까지 시대별 특징적인 투기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제국주의시대 네델란드가 벌였던 ‘튤립 투기’ 등의 사례는 시대와 장소만 달랐지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다. 하루만에 평생을 쓰고도 남을 돈을 번 사람들, 허울 좋은 벤처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돈을 긁어모은 사람들, 그리고 그 덫에 걸려서 가진 돈을 몽땅 날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코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19세기와 20세기초 영국에서 벌어진 급성장 산업의 투기 붐과 미국의 부동산 및 주식 투기 열풍을 보면서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토마스 제퍼슨 등 미국 건국의 핵심인물들이 실은 ‘땅 투기꾼’이었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이어서 1929년 대공황과 그 여파, 1980년대 차입매수 붐과 정크본드 투기로 설명되는 ‘카우보이 자본주의’, 일본의 버블경제를 설명한 ‘가미가제 경제’에서는 공황 직전 주식을 팔아 엄청난 차액을 남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에서부터 80년대 미국 금융계를 주름 잡았던 금융거물들, 최근의 힐러리 클린턴의 투기까지 대표적인 금융투기의 역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오사카의 흑녀’ 오노우에, 일본 정치의 대부 가네마루 신과 이시이, 헤지펀드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흔히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과거와 같은 어리석은 일들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을까?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군중심리일 것이다.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도취상태에서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휩쓸린다. 환각에 빠진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떠오른 ‘대박’의 환상을 좇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저자는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환각적 현상이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투기적 과대망상과 이에 따른 금융재난조차 경제의 한 부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앞에 있었던 수 많은 ‘바보들의 행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투기의 역사서만이 아니라 우리 금융에 대한 우회적인 경고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금융투기의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분명 미래에도 펼쳐지게 될 상황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시켜 준다. 강남규 옮김, 원제 ‘Devil Take the Hindmost’(1999년).

장경천(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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