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그린스펀 "美 물가동향 감시 필요"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임금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말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향후 3∼6개월 뒤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가 1년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동향을 조사하는 민간연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는 20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4월 0.1%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0.5%나 올랐다고 밝혔다. 5월 상승률은 99년 12월 이후 최대.

이같은 추세는 올 들어 다섯 차례 취해진 큰 폭의 금리인하와 다음달부터 환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감세조치가 연말 안에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임금이 오르고 에너지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했는데도 그 상승분이 실제 상품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경제분석가들은 그동안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치명적인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린스펀 의장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면서 “물가동향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6∼27일 금리인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며칠 앞두고 증언에 나선 그리스펀 의장은 장래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최근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소비심리와 구매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소비지출이 악화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 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25일자)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증시 침체 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나빠지지 않아 미국 경제를 받쳐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그 증거로 △미국의 저축률이 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만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증시 침체로 소비자의 부(富)가 많이 줄었지만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율을 상회하고 있고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증시 하락으로 인한 부의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분석가들은 다음달부터 세금 환급이 이뤄지면 소비심리가 더 살아나 미국의 경기회복을 더 부추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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