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노른자위 땅이라고 "묻지마 청약" 옛말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9분


새 아파트 청약시장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양상이 점점 더 세분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서울 강남, 경기도 용인 등 이른바 노른자위에 자리잡고 시공사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업체일 경우에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이 같은 조건에 따른 청약률 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임대사업이 가능한 입지 및 상품특색을 갖췄거나 소형이거나 평당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야만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인기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 임대용 아파트를 표방하고 최근 분양된 부동산개발전문업체 ‘디 엔 에스’의 ‘미켈란 107(모집가구 64가구)’, 쌍용건설의 ‘경희궁의 아침(360가구)’과 ‘광화문 플래티넘(229가구)’, SK건설의 ‘SK바비엥(90가구)’ 등이다.

이들은 모두 수십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과 함께 일주일만에 100% 가까운 계약 실적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말 분양한 ‘미켈란 107’의 경우 최고 경쟁률이 350대 1에 달했고, 현재 프리미엄(웃돈)이 최고 4000만원 이상 붙어 거래될 정도다.

반면 지난해까지 최고 노른자위 주거지로 각광을 받았던 용인 수지와 죽전 등지에서 최근 분양된 현대 삼성 LG 대림 금호 등 대형업체의 아파트는 대부분 미분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소형아파트 공급 감소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청약 경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5차례 실시된 서울시 동시분양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보면, 20평형과 30평형대 아파트의 경우 평균경쟁률이 각각 4.0대 1, 7.3대 1이었다. 반면 60평형대 이상 초대형 아파트의 경우 3.1대1에 머물렀다.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사이의 청약률 격차도 커져 5차례의 서울시 동시분양에서 대형업체들의 경우 2819가구 모집에 3만4714명이 청약해 평균 1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중소업체는 4562가구 모집에 1만2902명만이 응모, 경쟁률이 2.8대 1에 머물렀다. 특히 이달 초 실시된 5차 동시분양에서는 청약자 2만6941명 가운데 94%인 2만5384명을 대형업체가 싹쓸이했다.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이사는 이와 관련, “주택보급률이 94%를 넘어서면서 주택 수급이 안정을 찾자 소비자들이 과거와 같은 무작정 ‘사고 보자’에서 아파트의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따져보면서 청약하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양상은 점점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