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평양서 패션쇼 가진 이영희씨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0분


평양의 패션은 한마디로 ‘한복 패션’이었다. 패션쇼에 온 북한 고위층 여성들 역시 모두 한복을 입고 왔다. 그들은 “귀한 모임일수록 한복을 입는다”고 말했다.

남한의 여성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한복이 그 곳에서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한복을 귀한 옷으로 여기고 있었고 그들이 우리 전통문화의 ‘지킴이’처럼 느껴져 자랑스러웠다. 그에 비해 남성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아마 아직 남성용으로 정착된 개량한복이 없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평양에서 지낸 7박8일의 여정동안 시내에서 본 몇몇 젊은이들은 때로 매우 모던한 분위기를 풍겼다. 30대 이상 여성들에게서는 바지 차림이 매우 드물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청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금지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국에서 건너온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름인데도 지나치게 몸매가 드러나는 패션은 금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정서 탓에 이번 나의 평양쇼에서도 어깨가 드러나는 옷은 모두 얇은 저고리를 입히고 숄로 가리는 해프닝을 겪었다.

북한에는 극히 제한적인 ‘피복관계자’들이 모여 이따금씩 마네킹에 옷을 입혀놓고 옷전시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문적인 패션모델은 없었지만 피바다가극단 같은 예술단체에서 일하는 인민배우들 중 대륙적인 마스크에 서구적인 체격조건을 겸비한 사람들이 적잖아 통일이 되면 패션계에도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어만큼이나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갖게 해주는 것이 ‘의·식·주’다. 평양에서 열렸던 이번 ‘민족옷 전시회’는 남과 북이 분단 50년보다 훨씬 오랫동안 ‘더불어’ 사용해온 언어와 의·식·주를 공유하는 한 언젠가 꼭 ‘통일’을 이루고 말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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