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춘추전국 엿보기 '동주열국지'&'평설열국지'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9분


◇ '동주 열국지(전12권)'/김구용 옮김/각권 340쪽 내외 /7800원/ 솔출판사

◇ '평설 열국지(전13권)'/유재주 지음/각권 340쪽 내외/ 7500원 /김영사

‘삼국지’가 태산이라면, ‘열국지’는 거대한 산맥과 같다. ‘삼국지’처럼 빼어난 진경은 없지만, ‘열국지’는 웅장한 위엄으로 중국문학의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고전소설의 뿌리인 ‘열국지’는 대중적으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삼국지’가 소설에 가깝다면 ‘열국지’는 사서(史書)에 가까운 탓이다. 춘추전국시대(B.C. 770∼221년)를 기술하는 방대한 문헌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라고 할까.

‘열국지’는 사실 소설적 재미가 덜하고 예술적 성취가 부족하다. 하지만 ‘열국지’는 중국의 문학 역사 철학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정보의 보고다. 작품의 무대가 된 춘추전국시대 550년은 주(周)나라 초기 3000개의 달했던 ‘벤처국가’들이 치열한 경쟁속에 합병과 병탄을 거듭하던 격변기. 이런 시기에 영웅, 호걸, 미녀, 재원이 대거 등장해 인과응보와 천리(天理)의 엄정함이란 교훈을 남긴다.

최근 두 판본의 ‘열국지’가 동시에 출간돼 관심을 끈다. 시인이자 한학자인 김구용(金丘庸·79) 선생의 ‘동주(東周) 열국지’, 역사소설가 유재주(45)씨의 ‘평설 열국지’가 그것이다. 김구용판은 1980년대 처음 나온 것을 손봐 증보한 것이고, 뒤의 것은 지난해 일부 연재하다 중단된 것을 완간한 것이다.

역저(力著)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두 작품은 여러모로 대별된다. 김구용판이 8년간에 걸쳐 명나라 풍몽룡(馮夢龍)의 원본을 꼼꼼하게 완역한 것이라면, 유재주판은 다시 김구용판을 해설을 곁들여가며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품의 얼개는 흡사하지만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 역시 구별된다. 김구용판은 춘추전국시대 격변기의 제도 문물 생활상, 제후들의 관계와 연보 등을 담은 방대한 부록을 추가해 당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면, 유재주판은 무성한 에피소드의 잎에 가려져있는 큰 이야기 줄기를 드러내기 위해 편마다 적절한 주인공을 설정하고 상상력이란 칼로 적절한 가지치기를 시도한다.

한학이나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김구용판을, 학생이나 초심자라면 유재주판이 적당할 듯 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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