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앙드레 말로, 지칠줄 모르는 '삶의 열정'

  • 입력 2001년 5월 11일 19시 09분


말로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이인철 옮김

500쪽 2만원 책세상

작가, 레지스탕스 혁명가, 영화감독, 문화부 장관 등 지칠 줄 모르는 삶을 살았던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말로(1901∼1976). 철학과 문학을 전공한 현대 프랑스 사상가 리오타르는 말로의 이런 정열적 삶에 관한 이야기를 ‘죽음’에 관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1903년 3월, 태어난 지 3개월만에 죽은 동생 페르낭의 매장 장면을 어머니 뒤에 숨어서 바라보는 앙드레. 밝은 빛을 받으며 동생이 담긴 상자 위로 기어오르는 지렁이, 납빛 애벌레, 거미류….

‘죽음이 삶을 만들다.’ 리오타르는 말로가 자신의 어떤 작품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끌어냄으로써 죽음과 맞서며 가장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 가려 했던 말로의 일생을 복원한다.

전기가 한 인물의 생애에서 겪은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것이라면 리오타르의 ‘말로’는 전기가 아니다.

리오타르는 ‘인간 조건’, ‘반(反)회고록’, ‘절대의 악마’, ‘명부의 거울’, ‘알텐부르크의 호두나무’ 등 말로의 여러 작품들과 주변 자료들을 이용해, 삶과 죽음의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이상적 인간상을 추구해 나갔던 그를 재창조했다.

“우리가 죽고 난 후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아?”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죽어버린 난봉꾼 아버지. 말로는 어머니, 할머니, 이모 등 여자들만 가득한 집안에서 남자로서의 활동을 억압당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리오타르가 보기에 그것은 말로가 일생을 두고 넘어서야 했던 원죄 같은 것이었다.

죽음의 극복과 적극적인 실천적 삶의 추구. 그는 사회에 공헌하고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인간상을 추구했다. 그는 자신이 꿈꿔왔던 위대한 지도자의 덕목을 갖춘 드골과 만나 그의 정권에 참여했다. 그리고 1968년 5월 혁명에 뒤이은 드골의 하야와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는 학생들과의 만남. 그러나 지역적 국가적 한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거인은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의 도움 없이 죽음과 현실의 굴레를 벗어 던지려 했던 말로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그는 프랑스의 역사에 짙게 기록되는 삶을 남겼다. 리오타르는 끊임없이 완벽에 다가가려 했던 한 인간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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