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南北 동일한 역사 놓고 전혀 다른 해석한다

  • 입력 2001년 5월 11일 19시 09분


하나의 역사, 두 개의 역사학

정두희 지음

286쪽 1만3000원 소나무

“남북 문제에 관한 한, 가슴속에는 뜨거운 민족 동질성에 대한 확신을 품되, 냉철한 이성적 분별력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남한과 북한의 한국사 개설서 50여 권을 검토한 저자(서강대 사학과 교수)의 결론은 냉정하다. 역사가 과거에 대한 현재 관점에서의 해석이라 할 때, 남북한의 한국사 개설서들은 남과 북의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드러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사 개설서의 분석을 통해 남과 북의 두 국가가 동일한 과거를 놓고 전혀 다른 역사 해석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철저한 자력갱생주의를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국시로 내걸고 있는 북한은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북한’으로 이어지는 ‘강한’ 역사를 한국사의 정통으로 인정한다. 이는 ‘고조선-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남한’을 한국사의 주된 흐름으로 잡고 있는 남한의 관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김일성의 역할이 강조되는 일제 시대 이후의 역사 서술에서 남북한의 차이점을 따진다는 것은 너무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한다. “학문과 종교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남북한 사이에 건전한 역사학의 교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단정한다. 북한에는 학문으로서의 한국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남북 역사 비교 작업은 의미 있는 일이다. 2000년 남북한 정상의 만남 이후 통일에 대한 기대와 낙관은 크게 증폭됐지만, 남북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립과 차별성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찾아내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