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업 작년 환차손 4조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8분


지난해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대기업들이 영업이익의 최고 13배에 달하는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환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여신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환손실 실태〓금융감독원에 외환위기 이전에 하루 변동폭이 1∼2원에 불과했던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지난해 4·4분기(10∼12월) 이후 10원 내외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외국과의 수출입 거래가 많은 항공 해운 반도체 업종들의 외환평가 손실이 컸으며 상장기업의 지난해 외환평가 손실은 4조35억원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들은 환율변동이 심하지 않았던 99년도에는 1조6000여억원의 외화환산 이익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상장기업 중 가장 많은 4091여원의 외화관련 순손실을 입었고 한전이 4048억원으로 2위, SK가 4031억원으로 순손실 규모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항공 해운사들의 경우 피해가 심해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2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무려 2864억원의 외환관련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 항공, 한진해운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SK글로벌의 경우 상장사들 중 가장 많은 326억원, 삼성SDI 315억원,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가 233억원의 외환관련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항공 해운사의 경우 외국에서 차입한 부채가 많은데다가 시설 등을 들여올 때 외국에서 모집한 자금이 환율 변동으로 큰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환관리 못하면 여신 금리 높인다〓금감원 강병호 부원장은 10일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환위험 관련 세미나에서 “앞으로 은행이 기업에 대한 여신거래를 심사할 때 거래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 현황을 심사항목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이 환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여신 금리를 높이겠다는 것.

금감원은 또 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현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 관련 공시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이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선물환 거래시 거래 보증금을 낮추고 환리스크, 헤지 관련 예금 상품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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