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장수촌 백령도 노인들의 식생활

  • 입력 2001년 5월 10일 02시 09분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인간의 영원한 꿈. 그러나 현실적으로 100세를 넘게 사는 사람들은 흔치 않고 건강하게 그 나이를 유지하는 이들은 더욱 드물다.

원광대 사회과학대 김종인(金鍾仁)교수는 1999년말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75세 이상 노인이 우리 국민 100명당 2.2명(총 162만5000명)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장수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군지역은 인천 옹진군. 이곳은 주민 100명당 6.9명이 75세이상 노인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반.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의 진촌3리 입구에 들어서자 백발의 왕석범할아버지(94)가 사다리를 타고 3m 높이의 나무꼭대기에 올라가 톱으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얼마뒤 나무에서 내려와 왕성한 근력으로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도끼로 내리쳐 잘게 만들었다. 왕할아버지는 요즘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야 직성이 풀린다. 산책삼아 집에서 8㎞ 정도를 자전거를 타고 돌면 몸도 시원하게 풀린다는 것이다. 버스 한정류장 거리만 돼도 ‘택시’를 외쳐대는 도시민들의 생활을 할아버지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왕할아버지의 부인 박대하할머니(87)도 장수노인이다. 왕할아버지는 “금슬이 좋아 오래 사는것 같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만난 할아버지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고개 숙인 30대’가 도마위에 올랐다.

“30대에 ‘밤일’을 못하다니. 어허, 그래가지고도 사내라고 할 수 있나.”

장수를 누리는 노인들은 대개 정력도 대단하다. 백령도에서 만나본 대다수의 장수노인들은 ‘마누라가 너무 늙어서…’라는 간접화법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백령도 주민들은 굴 바지락 해삼 등 풍부한 해산물에 밭에서 재배되는 청정채소, 야산에서 나는 산채를 주식으로 한다. 또 칼슘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발생을 막아준다는 길이 6∼12㎝의 ‘까나리’를 먹는다. 멸치처럼 생긴 까나리를 1년간 숙성시켜 액젓으로 만들어 김치를 담글때와 국을 끓일때 간장대용으로 사용한다. 자연히 뼈도 튼튼해진다.

공기와 물이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수의 비결이다. 왕할아버지는 “자연과 순응하며 큰 욕심없이 살아간다”고 말했다. 왕할아버지의 생각은 백령도 노인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백령도〓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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