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죽전 주민-환경단체 '대지산 살리기' 나무위 시위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09분


대지산 나무 위에 천막을치고 대지산 살리기에나선 환경단체와 주민들
대지산 나무 위에 천막을
치고 대지산 살리기에
나선 환경단체와 주민들
“산림파괴 앞장서는 토지공사 물러가라. 시민의 힘으로 대지산을 살려내자.”

900여년 된 고목을 베어내려는 목재회사에 맞서 높이 52m의 삼나무 위에서 737일 동안 홀로 생활하며 나무베기를 철회토록 한 미국의 여성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그의 ‘나무 오르기 시위’가 29일 경기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대지산에서도 벌어졌다.

‘한국의 힐’은 환경정의 시민연대 박용신 정책부장(34). 그는 이날 낮 12시30분 등산용 밧줄을 이용해 15m 높이의 35년생 상수리나무 중턱에 올랐다. 주위의 격려와 함성이 쏟아졌다. 그가 밧줄과 합판을 이용해 만든 텐트에 도착해 ‘대지산은 살고 싶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자 환성이 온 산을 감쌌다.

앞으로 3주간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대지산 개발의 부당함을 호소할 예정인 그는 “이번 투쟁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대지산을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나무 아래에는 4명이 기거할 수 있는 농성 본부 텐트도 쳐졌다. 시민단체 회원 및 간부들이 돌아가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

이 지역 주민과 환경정의시민연대 회원 등 256명은 대지산 내셔널 트러스트(주민들이 땅을 매입한 뒤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것) 운동의 일환으로 2000만원을 모금, 지난해 11월 상수리나무 주변 땅 100평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일대를 택지로 개발할 예정인 토지공사 측이 2월 이 땅을 강제 수용하자 이들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

환경정의 시민연대와 주민 50여명은 이날을 ‘대지산 살리기 시민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토지공사의 죽전지구 개발에 맞선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한편 토지공사 측은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죽전지구 택지개발 사업 자체가 갖는 공익성을 고려, 수용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토지 수용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공은 “대지산 살리기 운동의 취지를 고려해 문제의 땅 100평에 대해서는 현 위치에서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기념비나 수목을 죽전지구 내 공원녹지로 옮겨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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