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용수/‘과학책 읽기’에 나라 장래가…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4분


과학의 달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500만 과학기술인들의 의지를 모아 벌여나갈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이 선언된다. 이 운동은 전국의 과학기술인들이 농어촌 지역과 오지, 낙도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1년에 한권 이상의 과학서적을 보내 어린이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함으로써 훌륭한 과학자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는 절박한 국가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오죽하면 연구에 매달려야 할 과학기술자들이 국민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 운동에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안됐을까. 다가오는 사회가 정보사회가 됐든, 생물산업이 판치는 사회가 됐든 그 바탕은 과학기술이다.

그래서 우선 책읽기를 통해 올바른 인성을 개발하는 한편 특히 과학기술도서를 읽음으로써 다가오는 과학기술시대에의 적응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로 흔히 경제성장, 건강한 수명, 교육정도, 신문 구독률, TV 보급률과 함께 출판도서의 보급률을 따진다. 이것은 단순히 잘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동물적인 삶에 못지 않게 정신적인 풍요를 구가하며 여유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한 문화적 요소로서 도서 출판 및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렀고 평균수명도 70세를 넘어 외형적으로 보면 버젓한 선진국의 모양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적인 측면, 특히 도서 보급률이나 독서율에서는 후진국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과학문명의 확산을 가늠할 수 있는 과학도서의 보급이나 구독률은 더욱 한심하다. 연간 출판도서 3만4961종 가운데 순수과학 책이 459종으로 최하위다.

책을 멀리하고 컴퓨터나 TV에 매달리는 전파문화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전파문화는 얕은 지식과 토막 상식으로 세상사를 가늠하고 즉흥적인 행동과 순간적이고 찰나적인 쾌락에 몰입하는 습성을 조장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전파문화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의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에 의한 폐해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사이언스 북 스타트 운동은 전파문화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에게 과학지식을 보급하고 책읽기의 필요성을 인식시킨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운동이 지속적인 국민정신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사회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속성을 가진 과학기술자들도 이번에는 과감하게 나서야만 한다. 둘째, 책을 받는 초등학교에서의 효과적인 독서지도와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운동에는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셋째, 운동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과학출판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어린이용 도서 가운데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거나 과대 포장으로 독자를 현혹시킨 책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정리돼야 한다.

이용수(과학독서아카데미 회장 한림대 객원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