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농어촌 학생 30~30% 학비못내 '눈치수업'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54분


새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이 됐으나 지방의 고교 가운데 전체 학생의 20∼30%가 아직도 수업료 등 교납금을 내지 못한 학교가 많다. 학비를 아예 면제받은 학생들까지 감안하면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절반 이상인 학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농어촌과 광산지역 등에서 두드러진 이같은 현상은 예년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으로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학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은 ‘눈치수업’을 받고 있으며 교납금을 독촉하는 담임교사들도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교납금 미납실태〓어촌지역에 있는 강원 고성군 K고교는 총 283명의 학생 중 생활보호대상자와 저소득층 자녀 171명에 대해 교납금 면제조치를 해줬는데도 나머지 112명 중 37%인 41명이 26일 현재 학비를 내지 못했다.

고성군의 D고교도 총 668명 중 형편이 어려운 347명에 대해 교납금 면제조치를 취했으나 아직 80명이 돈을 내지 못했다.

광산지역인 강원 태백시 T공고의 경우 595명 중 학비면제자 89명을 제외한 506명중 80명, 정선군 K종고는 면제대상자 27명을 제외한 111명 중 15명이 학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 A고교는 305명 중 73명에 대해 교납금을 면제해줬으나 56명이 내지 못했고 칠곡 D고교도 면제자 50명을 제외한 272명 가운데 62명이 미납한 상태. 또 전남 K농고는 437명 중 129명이, 충북 충주 J고는 208명 중 면제 학생 100명을 제외하고 20명 가량이 교납금을 내지 못했다.

▽교납금 미납 원인〓학생들이 교납금을 미납하고 있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농어촌 지역 등에 불어닥친 실직과 소득감소 때문.

보건복지부는 생활보호대상자의 고교생 자녀들을 위해 99년 14만5000명, 2000년 16만9000명에 이어 올해 17만1000명으로 학자금 보조 대상자를 매년 확대해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저소득층의 중고교생 자녀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41만명의 중고교생에게 학자금을 보조했으며 올해도 같은 수준의 학자금을 보조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경기침체가 교납금을 못내는 중고교생을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저소득층은 국가가 보조하는 학자금을 학교에 내지 않고 생계비에 보태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곤혹스러운 교사들〓학교측은 담임교사를 통해 납부를 독려하고 있으나 실적이 오르지 않자 “미납기간이 2개월을 초과하면 출석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통보하고 있다. 강원도의 K고교는 25일 ‘5월12일까지 교납금을 못낼 경우 자녀를 등교시키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출석정지알림통지서’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사립고인 경남 S고교 관계자는 “체납이 계속 될 경우 연말에는 재정난이 우려되기 때문에 독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독촉을 해야하는 담임교사들.

교사들은 밤중에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교납금 납부를 요구하거나 해당 학생들을 직접 불러 돈을 가져오라고 말하고 있으나 “그때마다 교사로서 회의감마저 든다”고 토로한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저소득층 중고교생 자녀들에 대한 학비보조금으로 256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결국 1982억원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학비를 못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구례〓경인수·정승호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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