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지부진한 경의선 공사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적 사업인 경의선 복원공사가 지지부진하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경기 파주시의 공사현장을 찾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원래 예정됐던) 9월은 사실상 어렵고 연내에라도 완공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사 현장의 군 관계자 역시 “연내 완공 여부는 북측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휴전선 너머로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공사가 지연되는 주된 원인은 역시 북한 때문이다. 작년 9월 기공식 이래로 남측은 남방한계선까지의 지뢰제거 작업 및 노반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해 오고 있으나 북측 지역에선 작년 말 이후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남북은 2월 군사실무회담에서 4㎞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안의 공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공사에 들어가려면 양측 군 수뇌부가 서명한 합의서를 교환해야 한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도 중단된 상태여서 합의서를 언제 교환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끊어진 경의선을 다시 잇는 작업은 대결과 반목을 거듭해온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는 첫 번째 가시적인 ‘성과’일 수 있다. 경의선 복원은 또 정치 경제 군사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 사업이다.

북한이 이런 뜻깊은 사업을 일방적으로 정체시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경의선 복원 공사를 다른 현안들과 연계시켜 공사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북측의 태도는 옳지 않다. 하나를 주면 남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안 주면 무작정 떼를 쓰는 식의 행태를 이제는 버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경의선 복원공사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는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에 빠져있는데 언제 정체에서 벗어날지, 아직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월 하순의 2차 경협추진위, 3월 중순의 5차 장관급회담, 4월 초의 적십자회담 등이 모두 북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최근 북한에 비료 20만t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를 지원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체된 상태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마냥 끌려가는 듯한 정부의 자세는 이제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는 올바른 남북관계가 정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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