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박석무씨 '다산시정선' 펴내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34분


◇다산 정약용은 천재적인 시인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독일에는 괴테, 우리나라에는 다산(茶山)이 있습니다.”

최근 ‘다산시정선(茶山詩精選)’을 펴낸 박석무(朴錫武·사진) 전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은 다산이 실학자이기 이전에 천재적인 문인이었다고 설명한다.

‘다산시정선’은 다산의 한시 2400수 가운데 741수를 골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2권 분량의 이 책에는 사회시, 서정시, 기행시 등 다산의 삶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시들이 담겨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새롭게 발굴한 시 7편. 특히 다산 외손자의 문집 ‘방산유고(舫山遺稿)’에서 찾아낸 ‘거문고 타던 흰 바위’는 그가 다산의 시 가운데 최고로 꼽는 시다.

‘소나무 숲 아래 누워 있는 하얀 바위/바로 내가 거문고 타던 곳이라네/산 사람 거문고 걸어두고 가버리니/바람 불자 거문고줄 절로 우노라’(거문고 타던 흰 바위)

박씨가 다산 관련 서적을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다산논설선집(茶山論說選集)’과 ‘다산문학선집(茶山文學選集)’을, 1999년에는 ‘역주흠흠신서(譯註欽欽新書)’와 ‘흠흠신서원문(欽欽新書原文)’을 출간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다산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정갈하면서도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죠. 글만 읽어도 머리 속에 풍경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박씨는 다산의 시를 널리 소개해 민족정서를 회복하고 역사의식을 찾고자 한다.

“고전문학은 민족문화의 보고(寶庫)입니다.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논하기 이전에 고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해요.”

지난 16일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직을 퇴임한 그는 우리나라 연구 지원 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근시안적인 연구지원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한가지 연구를 적어도 10년 동안 꾸준히 지원해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학술 분야의 노벨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