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닷컴 재개발" 대량철거 시작됐다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27분


닷컴기업의 ‘파산 도미노’가 겉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닷컴의 본고장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도미노 공포는 커지고 있다.

원인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시장마저 얼어붙었기 때문. 상당수 닷컴이 초기에 끌어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의지’도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봄바람을 타고 벤처투자가 조금씩 되살아난다지만 닷컴은 투자리스트에서 여전히 ‘미운 오리새끼’ 취급이다. 이같은 ‘대량 철거작업’은 불행한 일.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한 닷컴 ‘재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재개발론, 또한 급부상하고 있다. 부분 구조조정이 아닌 전면적

재개발이 곧 닥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소리없이 시작된 재개발〓닷컴 재개발을 위한 철거작업은 이미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삼성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터넷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본보 4월6일자 보도). 이들 대기업은 지명도 때문에 사업 정리를 공개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중소규모 닷컴들은 소리소문 없이 물밑에서 문을 닫거나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공간은 이미 문을 닫아 서비스가 중단된 유령사이트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중에서도 문을 닫은 업체가 있지만 밖으로는 절대 알리지 않는다”면서 “실패도 소중한 경험으로 인정해주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사업실패가 ‘천형(天刑)의 낙인’이기 때문에 공개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런 낙인을 피하기 위해 인원과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동면 또는 가사(假死)상태에 빠져있는 닷컴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개발 관전법 1―미국을 보라〓 한국의 닷컴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미국에서 직수입한 것들이다. 따라서 미국을 보면 한국의 가까운 장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웹머저스닷컴(Webmergers.com)은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개적으로 문을 닫은 369개 기업의 유형을 분석, 최근 발표했다.

문닫은 기업수를 시기별로 보면 △작년 1·4분기 5개 △2·4분기 31개 △3·4분기 52개 △4·4분기 131개 △올해 1·4분기 147개로 작년 4·4분기부터 최근까지가 최악의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사업내용별로는 △전자상거래 49.6% △콘텐츠 28.4% △서비스 및 인프라 21.9% 등의 순이었고 사업대상별로는 일반소비자가 67.5%, 기업고객이 24.7%였다.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가장 많이 쓰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개발 관전법 2―단면을 보라〓 ‘www.sitemarket.co.kr’은 웹사이트를 통째로 사고파는 국내의 웹사이트다. 유명한 업체들은 이런 장터에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추세를 읽는 데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 사이트에 나온 500여개 매출 중 최근에 나온 150개를 분석한 결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업체와 쇼핑몰이 10개 중 7개꼴이었다. 특히 이 중에는 개인들이 부업으로 만들어놓은 웹사이트가 절반이상을 차지, 닷컴기업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보여준다.

▽재개발 관전법 3―투자유행을 돌이켜보라〓 국내 벤처투자행태는 유행에 민감하다. 특정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 집중적으로 그 분야에만 돈이 몰렸다가 유행이 지나면 관심을 끊는다는 것. 따라서 언제 투자붐이 있었는지를 보면 그 부문의 전반적인 현금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이게임넷이 경영난으로 4일 위즈게이트에 인수됐고 다른 인터넷게임업체중에도 최근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곳이 많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 분야는 닷컴 중 가장 늦게 투자붐을 탔고 유료화 성공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이기 때문.

벤처캐피털인 드림디스커버리 김정국이사는 “인터넷 사업 투자붐은 소비자대상 전자상거래―포털―기업간 전자상거래―인프라―게임 등의 순서로 형성돼왔다”면서 “수익모델이 없는 한 쓰러지는 것도 이 순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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