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심각한 줄 이제 알았나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47분


정부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올해 거시경제지표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낮아지고 국제교역량 증가율도 크게 둔화될 것이 확실해진 만큼 이들 지표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거시경제 운용 방향도 손질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 일본 엔화약세의 영향으로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고 이런 판에 수출증가율마저 둔화되는 등 악성 외생 변수들의 등장으로 거시경제 지표를 그대로 끌고 갈 수 없게 된 것은 순수한 우리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상황인식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 우리 경제가 1·4분기 중 최저점을 통과하고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하며 이를 근거로 경제정책을 펴왔다. 반대로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작년 말 이후 각종 지표를 토대로 이미 오래 전부터 경제악화를 예고하면서 정부의 시각에 경고를 보냈는데 작금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결과적으로 보면 민간 쪽의 분석이 옳았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정부가 그동안 우리 경제의 현상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고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고된 악재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혼자서 뒤늦게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앞날을 내다보고 면밀한 분석으로 한발 앞서 대안적 정책을 쓰기보다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막상 일이 닥쳐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니까 정부는 대증적 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의 상황인식이 제자리를 찾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이날 논의된 대책들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추진되느냐 하는 점이다. 어차피 외적 요인들을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다면 가장 우선적인 현안은 역시 누차 언급했지만 금융시장의 경색을 푸는 일이다.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 문제가 풀려야 근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울러 구조조정에도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해야 한다. 2월 말 발표 때 상시구조조정 체제로 간다고 했지만 그 후 정부가 방관만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미 일부 외국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말만으로는 경제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말보다 실천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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