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명예영사 112명 민간외교 이끈다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38분


한국시민으로 외국을 대표해 민간 외교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명예영사들로 당초 10여개 국에서 시작한 주한 명예영사단은 올해 출범 26년을 맞으면서 95개국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명예영사관이 개설된 곳은 주로 앙골라와 알바니아, 캄보디아 등 한국에 공관이 없어 일본 등지에 있는 외국대사관이 한국 공관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울에 상주하는 대부분의 공관들도 한국과의 교역이 늘어나고 자국 국민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부산 광주 경기 등에 명예영사관을 설치하고 있다.

명예영사는 무역상사 간부나 군인으로 해당국에 파견된 일이 있거나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주로 임명된다.

임명절차는 외교관과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해당국이 외무부에 명예영사 임명 아그레망(신임장)을 요청하면 외무장관이 이를 재가한다. 명예영사의 주임무는 해당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비자를 발급하고 여행자를 보호하는 영사업무. 또 한국과 자신이 영사를 맡은 국가의 경제 문화교류 증진을 위해 투자사절단을 유치하거나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들에게는 외교관의 신분을 규정한 ‘빈 협약’에 따라 준외교관으로서 각종 영사특권이 주어진다. 영사와 관련한 공무를 수행할 경우 해당국 국기를 차량에 게양할 수 있고 관련서류가 보관된 장소는 치외법권으로 인정된다.

4대 단장을 맡고 있는 조해형 아이슬란드 명예총영사(67·나라기획 회장)는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주한 명예영사단은 올해 해당국 국민의 한국 관광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한 명예영사단은 4일 조홍규 (趙洪奎·58)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1975년 당시 쌍용제지 사장을 맡아 아이슬란드 및 스웨덴과 펄프 무역을 하던 조단장은 인구 25만명의 산림국 아이슬란드 정부의 요청으로 77년 명예총영사를 맡은 뒤 24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활동하고 있다.

캄보디아 총영사인 서경석씨도 캄보디아와 인연이 각별하다. 육군중장 출신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돼 캄보디아 군대를 지도한 인연으로 그는 명예영사에 위촉됐다.

쿠어트 카를 슈미트케 독일 명예영사(60·한독 경영정보여자고등학교 이사장)는 60년대 중반 교육사업차 방한한 뒤 아예 부산지역에 눌러 앉아 청소년 직업센터를 육성하는 등 부산지역 교육계의 대부로 활약하고 있다. 정순택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도 그의 도움으로 독일 유학을 마친 뒤 부산지역 교육계에 투신한 인연이 있다.

요르단 명예총영사는 정몽윤 현대해상 고문(46). 주한 요르단 대사를 주일대사가 겸하고 있기 때문에 요르단 비자발급과 각종 경제 업무를 그가 처리하고 있다.

최근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피지의 명예영사관은 1991년 설립돼 장우주 한미경영원 회장(74)이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다.

케냐의 경우 89년 위촉된 파라다이스 투자개발 전낙원 회장이 명예총영사로 직원 1명을 두고 비자 발급과 결혼증명 등 영사 업무를 맡고 있다. 여직원은 “1년에 1500건 이상의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며 “휴가철인 7, 8월에 발급업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양섭·백경학·홍성철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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