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기영/유기농업 늘려 가축전염병 막아야

  • 입력 2001년 4월 4일 19시 12분


광우병에 이은 구제역 공포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부 장관이 TV에 나와서 특단의 구제역 대책을 발표하고 직접 쇠고기를 시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대책들은 일찍이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에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용된 방법이다. 그러나 10년도 안돼 유럽에서는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에 감염된 사람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100명 가량이 희생됐다.

농림부에서 발표한 대책들은 당장의 축산시장 혼란과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내놓은 단기대책 위주였고 장래나 환경을 생각하는 근본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인 유기농업을 정책적으로 활성화해 가축 전염병도 막고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농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몇 년 전부터인지 농촌에는 들에서 풀을 뜯거나 나무그늘 아래 누워 되새김질하는 평화로운 소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중섭의 그림에 나오는 힘차고 정겨운 소의 모습 대신 축분이 가득찬 감옥같은 축사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떠밀려 다니는 불쌍한 소들 뿐이다. 모든 축산농가가 유전적으로 똑같은 수천 마리의 소들을 병원균이 창궐하는 비위생적인 축사에 몰아 넣고, 초식동물에게 동물 도축장의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항생제와 함께 먹이니 광우병이나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퍼져도 쉽게 차단이 안되는 것이다.

눈앞의 수익성만을 높이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고안된 이런 사육시설들은 단 한번의 큰 전염병으로도 쉽게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육방법은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비경제적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유전적으로 단순화되고 항생제 남용으로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 가축들 때문에 이미 광우병으로 6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보았고 구제역의 확산으로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량으로 사육되는 축사에서 나오는 가축의 배설물이 썩으면서 지구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탄산가스보다 30배나 높은 메탄을 다량으로 방출한다. 이미 지구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0.7도나 올라가 병원성 균들의 증식을 촉진해 가축 전염병 뿐만 아니라 세균성 이질, 콜레라, 말라리아 등 인간 전염병도 세계적으로 증가일로에 있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가축을 기르는 소규모 유기농장에서는 광우병 등 전염병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 독일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환경론자를 농업부장관에 앉혔으며 90마리 미만의 소규모 유기농 목축업자들에게만 지원해주기로 결정하는 등 유기농업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책적으로 유기농법에 의한 소규모 목축업을 다시 활성화하고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죽어가는 땅을 되살릴 유기농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 유전자 조작기술이나 항생제, 살충제, 방부제를 대량 사용해 값싸게 생산, 수입되는 외래농산물에 대항하는 차별화된 국내 농업기반 구축 전략으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농업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이기영(호서대 교수·식품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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