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미래의 주택 "나야" 한마디에 문이 스르르...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35분


전자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달이 우리 생활 곳곳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거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주거부문이 전자정보통신 발전의 시험무대가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99년 처음 선보인 ‘사이버 아파트’. 편리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 이 단어는 이제 새로 공급되는 모든 아파트의 수식어가 됐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가전제품과 냉난방 조명 등을 원격제어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아파트’도 선보이고 있다.

▽미래주택 어떤 모습일까〓회사에서 일벌레로 통하는 미혼 L대리(27·여). 오늘도 야근을 하고 파김치가 돼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 목욕을 하면 피로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인터넷에 연결한 뒤 홈네트워크에 접속, 욕조에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두고 거실등의 조도를 낮춘다. 간단히 먹을거리가 있는지 검색해보니 전자레인지 속에 아침에 넣어뒀던 만두가 보였다. 30분 뒤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집 앞. “나야”라고 속삭이자 현관문이 열린다. 욕실에서 자가진단 변기와 혈압계를 통해 간단한 소변검사와 혈압검사를 해본다. 아직 젊기 때문인지 큰 이상은 없다.

목욕을 끝낸 뒤 알맞게 데워진 만두를 꺼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켠다. TV 초기화면에는 이달 내야 할 아파트관리비와 아파트 단지내 쇼핑센터에서 내일부터 바겐세일을 한다는 고지사항이 떠올랐다.

내일 오전까지 과일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보내달라고 리모컨으로 입력한 뒤 침대로 옮긴다. 여기서도 거실의 TV를 공유할 수 있다. 브라운관에서는 나른한 멜로영화가 흘러나온다. 스르르 잠이 들지만 TV와 실내등은 주인이 잠들자 저절로 꺼진다.

▽미래주택 어디까지 왔나〓미국에선 14년 전 가정자동화(HA·Home Automation) 개념을 도입한 첨단주택 ‘스마트하우스’가 세워졌다.

감전과 화재를 피할 수 있는 배선, 집안 어디에서나 오디오와 비디오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온도 및 조명의 자동제어 등은 기본. 전력요금이 가장 낮을 때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을 자동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에너지 절감장치도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내부의 열을 빼앗기지 않고 신선한 공기를 들여올 수 있는 환기시스템 등도 선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18개 회사의 지원을 받아 도쿄대 사카무라교수가 90년 지은 ‘트론하우스’가 효시. 각종 기기에 손을 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터치리스(touchless) 화장실,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전동창, 전자스틸카메라를 붙여 필요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납공간 등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선 99년 4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제도 도입으로 사이버 아파트가 붐을 이루며 첨단주택의 대명사처럼 돼있다. 인터넷 이용속도를 높이고, 근거리통신망(LAN)을 구축해 입주자들에게 지역정보, 홈쇼핑, 아파트관리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초보수준’.

그러나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원 임미숙 연구위원은 “인텔리전트 아파트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는 단독주택 거주자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중심인 우리나라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경준·황재성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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