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화인열전 1,2

  • 입력 2001년 3월 30일 19시 01분


◇삶도 작품처럼 찬란했던 畵人이여!

유홍준 지음

각 380쪽 내외 1만6000원 역사비평사

꽃 피는 봄날은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듯한 기대감이 솟는 때다. 3월의 끝자락 흰 눈이 분분한 날, ‘화인열전 1,2’ 책 두 권을 받아드니 저자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형언키 힘든 뿌듯하고 흐뭇한 느낌이 앞선다.

썩 잘 어울리는 제목과 부제를 각기 종횡으로 배치한 표지의 한글 제목, 표지에 사용된 ‘조선의 화성(畵聖)’정선의 ‘만폭동’그림과 역시 또다른 ‘조선의 화성’김홍도의 ‘자화상’으로 추정되기도 하는 그림들이 시선을 모으게 했다. 이어 책을 펼치자 상태 좋은 원색 도판의 조선 명화들이 눈맛을 시원하게 했다. 내용에 앞서 편집 등 꾸밈에 있어서도 저자와 만든 이의 남다른 정성과 애정이 짙게 감지된다.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대표적인 화가 8명의 전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유홍준교수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예술적 성취를 인생 역정 속에서 살펴본 평전(評傳)’이다. ‘인문학의 실천으로서 미술사’내지 ‘인간학으로 미술사’를 목표로 설정해온 저자가 그 성과를 가시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계간지 ‘역사비평’에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과 예술’이란 제목으로 1990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장장 10여년에 걸쳐 김명국, 윤두서, 이인상, 최북, 심사정, 조영석, 김홍도, 김정희, 정선 등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9명의 기라성같은 화가들의 전기를 기고했다. 이 가운데 별권의 단행본으로 예정된 김정희를 빼고 8명을 책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저자는 연재물을 단순히 모은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미술사학계 특히 조선시대 회화사의 숱한 연구업적을 빠짐없이 반영하여 거의 새로 집필하는 열과 성을 다했다.

8명의 화가들을 그 시대의 배경과 상황 속에서 읽어내되, 생애와 가문 교육관계, 그리고 한 화가가 남긴 그림 중 대표작들을 나름대로 엄선하여 게재한 점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그리고 화가 개개인이 이룩한 예술세계를 입체적 다각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이것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이기도 하다.

더욱이 ‘아무도 구속할 수 없는 어느 신필의 이야기’(김명국), ‘자화상 속에 어린 고뇌의 내력’(윤두서), ‘선비정신과 사실정신의 만남’(조영석),‘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정선), ‘고독의 나날 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심사정), ‘오직 아는 자만은 알리라’(이인상), ‘붓으로 먹고 살다 간 칠칠이의 이야기’(최북), ‘조선적인 가장 조선적인 불세출의 화가’(김홍도) 등 저자가 각각의 화가에게 붙인 부제는 해당 화가의 작품 세계가 절묘하게 요약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화가들은 17세기 화가인 김명국을 제외하곤 모두 18세기에 활동했던 화가였다.

삼재(三齋·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혹은 관아재 조영석을 함께 일컫는 말), 그리고 김정희가 극찬한 문인화가인 이인상, 궁중화가 출신은 아니지만 직업화가로 일화를 많이 남긴 최북 등 내로라하는 일급화가들이 망라되어 있다. 조선후기 화단에 국한된 감이 없지 않으니 이는 차후의 숙제가 될 것이다.

출판사상 유례가 드물게 인문서적으로 100만권을 가볍게 넘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2,3’ 외에 다시 ‘나의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로 우리 모두에게 사뭇 친숙한 저자. 그는 또한 평론가로써 오늘날의 작가 발굴에도 열심이다. 미학을 전공했고 그의 큰 키처럼 미술사와 미술평론에 있어 양(洋)의 동서와, 시간의 고금을 왕래하는 보폭이 크다.

그래서 그의 전공이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 하는 이도 있으나 그 자신은 ‘조선시대 회화사’가 전공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 그에게 그동안 학계에서 발표한 회화사 관계 논문과 더불어 그의 연구 업적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이번에 선보인 ‘화인열전’이라고 본다.

이원복(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한국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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