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건 국정원장이 지켜야 할 일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55분


국가정보원장이 교체됨에 따라 국정원의 업무와 역할에 얼마간 변화가 있을 분위기다. 신건(辛建) 신임 국정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대북(對北)관계에 주력했던 임동원(林東源) 전원장과는 달리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 데 보다 내실있게 기여할 뜻을 밝혔다. 신 원장이 발탁된 배경도 국정원이 대북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내 문제에 비중을 두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신 원장은 현 정부 들어 국정원 1, 2차장을 하면서 정보수집과 수사총괄 업무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국정원이 수행해야 할 주요 기능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수집과 해외 동향 파악, 특히 경제통상분야의 정보수집 활동이다. 한반도 주변은 물론이고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일은 우리의 국가 안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정원은 국가간 관계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해외시장 쟁탈전에서부터 국제범죄조직들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 원장은 국정원의 역할과 임무를 좀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국정원이 국내 문제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대통령이 이를 정책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관심을 쏟을 일은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많은 업무가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고 또 조직의 특성상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나 정치에 물들 가능성이 크다. 과거 안기부의 갖가지‘정치공작’을 생각해 보면 국내 문제에 중점을 두겠다는 신 원장의 얘기는 자칫 오해를 살 소지마저 있다. 야당 쪽에서는 벌써부터 국정원장의 교체를 두고 대선을 겨냥한 인사라는 주장이 나온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정권 재창출이니, 정권 교체니 하며 이미 접전이 시작됐다. 국정원이 그 같은 정치권의 접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처럼 집권세력의 ‘도구’ 역할을 한다면 우리 정치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신 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국정원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국정원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으려는 최고통치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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