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외교 각축장]증시폭락-중동-중국인권 해법 나올까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18분


추락하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삐걱거리는 미중 관계, 중단된 중동평화협상. 하루빨리 풀어야 할 국제사회의 3대 숙제다.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 3대 숙제의 해법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모리 요시로(森喜郞)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는데 이어 20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22일 첸치천(錢其琛)중국 부총리와 잇따라 만나 현안 해결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미일 정상회담〓모리 일본총리와 부시 미국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세계 증시 동반하락 등 경제위기에 대한 양국간 협력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미국측은 모리총리의 사임이 임박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 나스닥지수가 2000선 아래로 급락하고 도쿄증시의 닛케이주가도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양국 증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쇄폭락 사태를 빚자 양국이 서둘러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처방책 논의에 돌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양국경제의 급격한 침체는 안보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측은 일본측에 금융권 부실채권의 신속한 처리와 적극적인 경제구조개혁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신용불안이 세계 증시 동반하락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 미국은 그동안 일본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취해왔으나 증시상황이 악화되자 적극 개입하는 쪽으로 변했다.

일본측은 미국경제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일본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긴급 경제대책을 설명하는 한편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엔화 약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전달할 계획이다.

▽미―이스라엘 정상회담〓부시 대통령과 샤론 총리의 화두는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협상 재개 문제와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충돌 방지 문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대응방안과 이스라엘에 1급 기밀을 넘긴 혐의로 15년째 복역 중인 유대계 간첩 조너선 폴라드의 석방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샤론 총리는 18일 방미길에 오르면서 “양국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중동평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론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팔레스타인 협상안을 제시하고 ‘예루살렘 분할 불가’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론 총리는 방미 직전 유화적 제스처로 팔레스타인과 안보대화를 재개토록 지시했다. 양측 보안책임자들이 만나 우선 유혈충돌을 막자는 취지로 평화협상은 차후문제라는 샤론의 협상관이 반영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샤론 총리에게 팔레스타인에 대해 필요 이상 강경대응하지 말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강경대응은 아랍권을 자극해 부시 행정부의 다른 목표인 이라크 봉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중 회담〓부시 행정부 출범 후 중미 양국이 인권문제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부닥쳐왔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과 첸치천 부총리의 회담은 비록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향후 양국관계를 가늠하는 중요한 만남이다.

주로 대만문제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추진 및 인권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대만문제는 양국간의 ‘핵심현안’으로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최대의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룬궁(法輪功) 탄압 등 중국 내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대만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사이에 이미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관측도 있다. 첸 부총리가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장쩌민(江澤民)주석과 부시 대통령은 이미 중대문제에 대해 공동인식을 이루었다”며 “내가 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기 때문.

일부 홍콩 언론은 이를 근거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등 중국에 유리한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양섭기자·베이징·도쿄〓이종환·이영이특파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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