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장관 방북 석연찮은 점 많다

입력 2001-03-15 18:42수정 2009-09-2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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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의 북한 방문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10일부터 시작된 북한 방문을 마치고 14일 늦게 돌아온 김 장관은 북측과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 단일팀을 출전시키기로 했으며 개성과 금강산의 육로관광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방북(訪北)은 한반도 주변정세가 워낙 미묘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이뤄진 만큼 공식 발표 이상의 무슨 중요한 뒷얘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김 장관은 한미(韓美)정상회담을 통해 조지 W 부시행정부의 강경한 대북(對北) 발언이 나온 직후 북한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13일 서울에서 열기로 한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도 김 장관이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연기됐다. 김 장관이 북측과 논의했다고 공식 발표한 문제들 역시 남북한 장관급회담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의제들이어서 그가 구태여 평양까지 갈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 장관이 발표한 내용 자체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김 장관은 북측과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했다는 것이다. 정부 대 정부의 합의가 어떻게 문서가 아닌, 구두로 이뤄질 수 있는가. 남북한 간에는 문서로 된 합의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많은데 그 같은 구두합의의 실효성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김 장관이 정작 자신을 초청한 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장관이 북한 방문기간 중에 받은 ‘푸대접’은 따지고 보면 우리 스스로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측이 우리에게 국제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결례와 무리한 요구를 해 와도 정책의 성과에만 급급해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북측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측에 말할 것은 정확히 말하고 지적할 것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김 장관의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 한결같이 “발표한 것 외에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발표할 수 없는 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장관의 ‘특사설’과 함께 남북한 간에 주요 현안에 대해 큰 견해차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밝힐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밝히는 것이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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