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육아전쟁]육아 후진국 어디까지

입력 2001-03-14 18:38수정 2009-09-2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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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90일로 확대-육아휴직제 정착 등 해결가능한 과제부터 챙기자 ▼

지난해 현재 2세 이하 영아는 197만명. 이 중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영아는 11만9600여명에 불과하다. 영유아교육법상 교사와 어린이의 비율이 24개월 미만은 1 대 5이고 24∼36개월은 1 대 7로 돼 있어 인건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으나 지난해 현재 222개(7530명) 사업장만 이를 이행하고 있다. 의무조항이긴 하지만 벌칙조항은 없다. 사용주들이 보육시설 설치를 기피하는 측면도 있지만 보육시설을 만들어도 이용할 어린이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박사는 “직장간 통합 보육시설이라든지, 민간 보육시설 위탁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부를 위한 ‘연장형 보육’ 시스템도 절실하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맞벌이 여성 김모씨(31).

“퇴근시간만 되면 안절부절못해요. 남편도 저도 야근이 잦은데다 일이 불규칙해서 언니에게 아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때도 많죠.”

국공립 보육시설부터 일본처럼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점차 이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맞벌이 여성들의 한결같은 고민. “100일도 안 지난 아이를 어디에다 맡긴담.”

▼글 싣는 순서▼

- (상)애는 누가 키우나
- (중)직장의 '미운 오리새끼'
- (하)육아 후진국 언제까지

이를 위해 출산휴가 90일 확대와 육아휴직제의 정착은 당장 해결돼야 할 시급한 과제. 한명숙(韓明淑) 여성부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모성보호법 개정을 발의했으나 모성보호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하며 생리휴가는 폐지돼야 한다는 재계의 반발에 부닥쳤다.

한국여성개발원 김태홍 박사는 “자녀가 만 3세가 될 때까지는 사회가 배려를 해야 하며 임금을 좀 줄이더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맞벌이부부들이 직접 대안적인 육아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전국에 13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자연친화적이며 공동체적인 어린이집을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육아연구원’도 그런 곳 중 하나. 부모들이 조합원으로 설립자금을 출자하며 운영에도 직접 참여한다.

이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한양대 정병호 교수(문화인류학과)는 “대형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민간 어린이집 위주의 보육정책이 다양한 보육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도적 장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맞벌이부부간 육아 및 가사분담 문제. 증권회사 여직원 한모씨(30)는 얼마전 남편과 집안 일 때문에 다투다 남편이 한 말에 기가 막혔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이런 것은 혼자 다 했다고.” 그러는 남편이 한살된 딸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귀여운 우리 딸을 누구한테 줘. 난 시집 안 보낼 거야. 고생만 할 텐데.”

여성민우회 최명숙 사무국장은 “맞벌이 남편의 가사 분담 의식이 여전히 내가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소극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남성들의 육아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범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정용관기자(팀장·이슈부)

박윤철 김준석기자(이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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