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우외환의 주식시장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6분


뉴욕 나스닥지수가 2000선 아래로 폭락하면서 전세계 경제가 몸살을 시작했다. 작년 11월 3000선이 붕괴됐던 나스닥지수는 불과 4개월만에 다시 심리적 저지선 아래로 곤두박질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나스닥의 하락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관련 닷컴기업들의 수익이 악화했다는 실적보고가 나오면서 발생한 것으로 어느 정도는 예상해 왔던 일이다. 그러나 20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가 예고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또 나스닥이야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기술주가 아닌 전통주의 다우지수까지 폭락했다는 것은 미국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부정적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증시의 침체는 통상 우리시장에 두 갈래로 영향을 미치는데 우선 첨단 기술주의 하락은 직접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보통신업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시장에서의 손실로 투자여력을 잃은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손을 뺄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13일 국내증시는 벌써 외국인의 매도가 국내기관의 매수를 압도하면서 하락장을 연출했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맥을 잃으면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던 민간소비가 둔화될 것이고 실물경기가 악화하면서 다시 주식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보통일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증시는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자금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을 더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 파장이 대우그룹 붕괴 때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금융기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선택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해외요인에 더 무게를 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서둘러 조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뉴욕증시뿐만 아니라 심상치 않은 일본경제의 추이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금융기관의 신뢰성회복이며 현대전자 등 대형 채무기업의 지분을 조속히 해외에 매각함으로써 은행의 부실을 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권도 희생될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이 국제적 신용을 잃어 외화차입에 차질이 생긴다면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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