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신약개발 아직 걸음마단계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46분


바이오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제약산업이다. 바이오 신약, 개인별 맞춤약, 난치병 정복, 유전자 치료 등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업체끼리의 합병,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와의 제휴와 인수합병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등 선진국 제약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스웨덴의 중소제약업체였던 아스트라사는 ‘오메프라졸’이라는 위궤양 치료제 하나로 연간 55억달러(약 6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3위의 제약사로 뛰어오르는 등 제약업계엔 새로운 신화가 심심찮게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400여 제약업체의 대부분은 ‘바이오혁명’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작년부터 실시된 의약분업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와 힘겨운 전쟁을 벌여야 하고 규모도 워낙 영세해 새로 나온 바이오 기술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방에 안주해온 국내 제약회사〓국내 제약사들은 지금 의약분업이 ‘발등의 불’이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특허기간이 끝난 외국기업의 약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병원과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면서 내수시장을 공략했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제약사와 의사들의 이같은 유대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의사들이 효능이 좋은 외국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처방이 늘면서 국내 제약업체들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것. BMS 그락소웰컴 릴리 MSD 등 소비자에게 낯선 40여 외국 제약업체는 지난해 최고 131%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두채 연구원은 “처방전이 나오면 외국 약 대신 조제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은 27%에 불과하다”며 “국내 제약업체도 80년대 말 의약분업후 문을 닫거나 다국적 기업에 합병된 대만 제약업체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약은 장기간에 걸쳐 약효가 있는 물질을 발견한 뒤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야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 중 95%는 외국 회사가 의약품을 개발하면 특허 기간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값싼 시설에서 복제 약품을 만들기에 바빴다.

의약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제약사의 영세성을 부채질했다. 정부당국이 제약산업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육성은커녕 규제위주였다. 국내 신약 연구개발 투자비는 1263억원으로 산업계 전체 연구 개발비의 2% 수준.

녹십자의 안상점 품질보증실장은 “전통적인 방법의 신약개발도 하지 못하는 국내 제약사가 게놈연구의 성과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제약업체들의 합종연횡〓최근 개발된 바이오 신약 10가지는 암젠, 제넨텍, 카이론, 바이오젠 등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모두 개발했다.

선진국 제약회사들은 바이오벤처기업이 신약 개발을 독차지하자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와 웰컴은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미국의 머크사를 제압했고 산도스 시바가 합쳐져 96년 노바티스로 변신했다.

지난달 인간게놈 프로젝트 발표로 유명해진 미국의 셀레라사는 최근 유전자가 만들어낸 단백질구조를 밝혀 ‘황금알’을 낳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게놈연구는 결국 ‘신약개발’이라는 열매로 거두어 들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국내에는 120개 제약사들이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합성의약품을 만들 때처럼 거의 대부분이 선진국의 모조품이다.

▽희망의 씨앗〓국내에도 희망은 남아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사용 허가를 신청한 LG화학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는 지난해 비록 사용 승인이 유보되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한양행은 위궤양치료제 ‘YH1885’를 개발하다가 1억달러의 기술료를 받고 수출했다. 종근당 역시 항암제 ‘CKD602’를 3000만달러에 수출했다.

한국생명공학 연구원 이대실 박사는 “선도적인 제약회사들이 이제 신약을 개발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정부 기업 연구소 등 산학연이 게놈연구를 하루빨리 진척시키고 제약회사들이 이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특허 비중▼

연도생명공학 특허(건)의약품 특허(건)비중(%)
1977년126566052
82년161373045
87년228095842
92년4064169141
97년8374337240

▼세계 의약품 수요▼

구분합성의약품생물의약품(비중 %)
1995년2600 200(7.6)
2000년3300 500(15.1)
2005년(전망)40001200(30)

<정위용·이병기기자·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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