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복/북한 군사력 증강 현실 직시하라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27분


미국 워싱턴에서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 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한미 양국간에 향후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를 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부시 행정부도 그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또 자신의 임기 중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평화선언’을 만들어 발표하겠다는 복안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호소할 생각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김대통령의 남북간 ‘평화선언’ 구상에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많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요소가 잠재해 있다. 그 불안감은 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북한이 과연 ‘평화선언’에 합의하고, 합의를 이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검증되고 확인되고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한반도의 안보정세, 특히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적 의도에 대해 한미 양국간에 부각되고 있는 심각한 견해 차이이다.

필자가 최근 주한미군 정보당국자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군의 군사력은 최근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또한 증강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휴전선 북방 직후방으로 전진 전개된 북한군의 군사력은 5%, 화력은 25% 증강돼 평양―원산선과 휴전선 사이에 배치된 북한 군사력이 전체 군사력의 60%에서 70%로 증강됐다. 또 탱크 생산이 재개됐으며 북한군의 군사훈련도 종전에 비해 60% 증가됐다. 특히 1999∼2000년의 동계 군사기동훈련은 1개 군단이 동원되고 30여만 명의 병력이 투입된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이었다.

그보다 더욱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항공사진 판독 결과에 의하면 북한이 실전 배치하고 있는 각종 지대지 유도탄의 배치 각도와 탄도 등을 계산해본 결과 이 유도탄들이 남한의 주요 군사 및 민간시설들을 일일이 지정해 타격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군 정보당국자들은 이같은 사실이 북한군이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목적으로 포진돼 있음을 말해 주는 뚜렷한 증거라면서 이에 대한 한국측의 무관심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군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사령부측은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묵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북한 군사력에 관한 정보수집 능력의 문제이다. 즉, 비록 우리는 정확성이 극히 떨어지는 제한된 인적 정보수집 능력은 갖고 있지만 첨단장비에 의한 과학적 정보수집 능력은 미군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군측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오불관언으로 일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무래도, 미국으로 떠나는 김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상황과 관련해 미국 쪽에서 제기될 많은 질문과 의문에 대해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동복(명지대 객원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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