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깜짝출연' 카메오, 원래는 모조 보석 장신구

  • 입력 2001년 3월 5일 13시 12분


인기 스타나 유명인사가 영화나 드라마의 정규 배역이 아니면서 짧게 출연하는 것을 흔히 '카메오'라고 부른다.

대사나 역할의 비중이 작고 한 장면만 출연한다는 점에서 엑스트라와 비슷하지만, 지명도가 주연급과 맞먹거나 더 높다는 점이 큰 차이이다.

유행어의 어원을 유래를 소개한 <지식 속의 지식>(박영수저, 석필)에 따르면 카메오(Cameo)는 양각으로 조각한 유리 모조 보석이나 연체동물 껍질 안에 박아넣은 단단한 보석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께 수메르에서 이미 사용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장신구인데, 특히 1세기 로마 시대 때는 화려한 기념 보석으로 크게 유행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카메오가 장신구로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오늘날 카메오는 원래 의미보다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는 단역 출연자’라는 영화용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출연시간은 짧지만 유명세 때문에 금방 눈에 띠는 존재라는 의미로 카메오라 불리었다.

카메오의 원조는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그는 1940년대부터 자신의 영화에 늘 대사 없는 엑스트라로 몇초간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난파선의 구명보트처럼 자신이 도저히 등장하기 어려울 상황에서는 물에 떠있는 신문에 실린 광고에 등장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그를 흉내내 올리버 스톤이 <플래툰>의 중대장, <7월4일생>의 기자로 등장했고,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는 <레이더스>에서 비행장 직원으로 등장했다.

우리 영화 <엑스트라>에는 이상벽 임성훈 최선규 등의 MC를 비롯해 개그맨 임하룡,정지영 장현수 감독,팝 칼럼니스트 이무영 등이 카메오로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개 카메오는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등장하는데 어떤 경우는 스타들이 감독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출연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플레이어>는 당시 주인공이었던 팀 로빈스보다 지명도가 훨씬 높았던 브루스 윌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감독에 대한 존경의 의미에서 단역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에는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화제를 모으기 위해 인기인의 카메오 출연을 적극 유도하는데, 최근 '허무 개그' 듀오가 <뉴 논스톱>에 출연하거나, 연예 리포터 조영구가 SBS <여인천하>에 가마꾼으로 등장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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