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정부가 대답하라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52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 한국 중국의 정부 차원의 우려가 표면화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28일 이한동 국무총리와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도 27일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총리를 만나 “양국 우호관계가 잘못되지 않도록 하라”고 교과서 문제를 제기했다.

예상되었던 이웃 나라들의 반발이다. 민간 차원의 규탄대회와 비판 모임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 28일 광복회 등 20개 단체가 일본대사관 주변과 탑골공원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도쿄에서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명예교수 등 지식인들이 모여 “문제의 교과서 내용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95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일본정부의 기본 방침에도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의 비판이 내정간섭일 수 없다는 것은 일본 외무성 당국자도 국회에서 밝혔다고 한다. 일본의 침략전쟁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그 참혹했던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사는 판에 일본에서는 ‘일제(日帝)’를 미화 자찬하는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정치인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곧 한국 중국의 근대사를 왜곡하는 것이 되므로 한중(韓中)정부가 ‘당사자 자격’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 아닌가.

일본 정부는 “민간 검정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한계가 있다”고 비켜가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궁극적으로 ‘검정’을 내주는 주체는 문부과학성이라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또 왜곡으로 인한 외교적인 분규 역시 일본 정부가 수습해야 할 것이므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따지고 미리부터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예방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와다 하루키 교수 같은 지식인들도 역시 같은 차원에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총리 관방장관 문부과학상이 책임지고 다시 검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세력은 지금까지의 역사 교과서가 자학(自虐)사관에 바탕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정작 왜곡 투성이의 새로운 교과서야말로 일본을 타학자멸(他虐自蔑)로 이끄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일본정부가 분명히 말해야 한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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