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화이트데이

  • 입력 2001년 2월 28일 00시 13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카튼 사가' 등으로 잘 알려진 손노리에서 이번 가을 발매 목표로 호러 어드벤처 '화이트 데이'를 개발 중이다. 동양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화이트 데이'는 좀비나 살인마들이 무자비하게 살상을 하고 유혈이 난무하는 데 초점을 맞춘(alone in the dark,녹턴 등) 서구의 호러 게임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어온 가장 한국적인, 긴 머리의 소복 귀신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새학기 주인공이 연두고교 2학년으로 전학오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연두고교는 높은 진학률을 자랑하지만 높은 진학률 만큼이나 사고가 잦다. 교통사고나 자살사고가 일어나도 학교측은 왠일인지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일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하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 익숙하지 못한 주인공은 우연히 소영'(히로인)이란 여학생을 만나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소심함을 버리고 '소영'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소영이 책상에 자기 마음을 담은 수첩을 남기기 위해 학교에 숨어든다.

그러나 곧 자신이 알고 있는 학교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야간 자율 학습을 폐지할 정도로 분위기가 음산한 학교를 지키고 있는 것은 수위 둘뿐. 섬뜩한 느낌이 든 주인공은 '소영'의 교실인 2학년 8반으로 급히 움직이다 학교에 갇혀 버리고 만다. 학교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 학교 탈출을 시작해야 한다.

'화이트데이'는 '왕리얼(WangReal)' 엔진(Engine)이라는 손노리만의 독자적인 3D엔진으로 그래픽을 구현해 만든 처녀작이다. 고속의 BSP와 라이트 맵을 사용한 이 게임은 학교를 아주 사실적인 리얼타임 폴리곤으로 표현한다. 더욱이 실시간 처리된 풀 3D 방식 진행이어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과 현실감은 물론 실제 학교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 회피할 수는 있지만 공격할 수 없다는 설정이 유사한 '바이오해저드'나 '패러사이트 이브'와 같이 호러와 액션을 혼합한 게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뷰형식은 플래이어의 시점을 가장 부각시킬 수 있는, '아레나(퀘이크)', '다이카타나'와 같은 자신을 볼 수 없는 1인칭 시점을 채용했다. 또 여타의 게임과는 다른 실시간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임 속의 시간과 현실과의 시간을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호러게임에서 중요한 것이 사운드인데 손노리는 게임 음악을 모 여대 교수에게 맡길 정도로 많은 정성을 들였다. "호러게임다운 분위기와 한국적 공포를 최대한 부각시킬 것이다. 기존 어쿠스틱과 국악을 섞어 때론 장엄하고, 때로 소름끼치는 가장 한국적인 전율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한다."는 게 제작자의 설명. 한번의 클리어로는 '화이트데이'를 말할 수 없다. '화이트 데이'는 기존의 스토리 모드를 진행해 나가면서 엔딩이 달라지는, 연애 시뮬레이션 멀티엔딩을 채용하고 있다. 물론 '굿'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특수한 이벤트를 거쳐야 하며 그러는 과정에서 연두고교의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화이트데이'는 사실감을 추구하기 위해서 서울 시내의 중고등학교를 실제로 모델링 하였으며 어드벤처 게임인 스토리 모드 이외에도 다양한 멀티 플레이 모드가 지원되는데 이를 위해 서버 개설 중이라고 한다. 또한 세가의 가정용 콘솔인 '드림케스트'로도 이식하는 것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서양의 유명 게임들의 아류작들이 판을 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한국적인 독특한 아이디어로 발표하는 '화이트데이'가 한국 게이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고 한글로 만들어지는 이 게임이 새로운 장르를 열어나가는 선두주자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 기자> kyky@thru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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