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화상수술 받은 최순복씨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35분


“현미경수술과 ‘거머리 치료’가 없었으면 손을 잃었을텐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 706호. 석 달 전 오른손이 타녹아 이 병원에 왔던 최순복씨(45·여)가 퇴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초 양말 공장에서 스팀기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원체 놀라 소리도 못지르고 손만 쳐다봤어요. 하얗게 익은 손만….”

최씨는 인근 정형외과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다음날 이 병원으로 왔다. 의사가 손등 살갗을 벗겨내니 혈관 힘줄이 모두 탄 채 뼈만 남아 있었다.

수술을 두 번 받았다. 현미경을 이용해 혈관 신경 등을 찾아 잇는 ‘미세수술’이었다. 이름과는 달리 ‘작은 수술’이 아니었다.

첫 번째 수술은 올 1월초 수술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었다. 의사들은 발등의 피부를 혈관 힘줄 신경 등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벗겨내 현미경을 보면서 일일이 손등의 혈관 힘줄 신경 등을 연결해 이식했다. 떼어낸 발등의 피부는 허벅지 살로 대신했다. 6∼7시간 동안의 ‘대수술’이었다.

이틀 뒤 손의 정맥 혈관이 막혀 퉁퉁 부어오르자 거머리 5마리가 등장했다. 영국에서 수입한 거머리들은 몇 달을 굶겨 ‘빠는 힘’이 극도로 발달한 ‘슈퍼 거머리’였다. 이들이 하룻동안 꿈틀거리자 신기하게 붓기가 빠졌다.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바람이 스쳐도 아팠다. 통증치료실에서 신경 주사를 맞기 시작한지 2, 3일만에 깨지 않고 잘 수 있게 됐다.

“이 손으로 남편과 딸에게 따뜻한 밥을 해먹이고 싶어요.”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압력밥솥의 증기나 정수기의 온수, 커피, 녹차 등에 데거나 콘센트 감전사고로 병원에 오는 어린이 환자가 많다. 세 살 미만인 아이는 뜨거워도 울기만 할 뿐 손을 떼지 못해 심한 화상을 입으므로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화상은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우선 화상 부위에 찬물을 부어야 한다. 더러 소주 등 술을 붓는 사람이 있는데 상처를 되레 악화시킨다. 옷 아래 부위가 화상을 입었을 땐 옷부터 벗겨야 하지만 안벗겨질 땐 찬물만 붓고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화상은 가볍게 보여도 화상 부위가 수축돼 살이 변형되므로 웬만하면 환자를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물집이 생기면 2도 이상 화상이다. 이를 방치했다간 수술이 필요한 3도 이상으로 악화되기 쉽다. 화상 부위가 아이의 손바닥보다 크거나 압력밥솥의 증기에 데였을 땐 무조건 병원을 찾는다.

문제는 화상전문 병의원이 적다는 것. 성형외과 의사들이 미용성형에만 매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화상은 완치하기 어렵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영역이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의술의 발달로 상당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오석준(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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