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월가의 관행을 깨뜨린 프루덴셜의 작은 반란

  • 입력 2001년 2월 19일 12시 09분


월가의 증권사들은 전통적으로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상장기업에 대해 '매도'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S&P500지수에 속한 기업들 중 매도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체의 0.8%에 불과하며 실제로 증권사들이 팔 것을 주문하는 등급은 '보유'등급으로 매겨져왔다.

그러나 미국의 프루덴셜 증권이 이 같은 투자등급관행에서 벗어나 아마존등 자사가 등급을 매기고 있는 기업에 대해 전체의 2.1%나 '매도'등급을 부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프루덴셜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로웬은 미국내에서도 인터넷주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애널리스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아마존의 투자등급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으며 다른 인터넷기업인 웹벤그룹이나 비욘드닷컴등에 대한 투자등급도 일제히 낮췄다.

그는 "아마존의 가치를 60억달러정도로 평가할 때 핵심분야인 책과 음반, 비디오판매가 30억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비핵심분야에 속하는 가전과 장난감판매등은 나머지 30억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목표가격을 기존의 주당20달러에서 9달러로 대폭 하향조정하고 과감하게 '매도'등급을 부여했다.

실제로 많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수년간 정직한 투자등급부여로 해고당하거나 문책 당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로웬의 이 같은 조치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프루덴셜 증권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2월 투자운용부문을 증권에서 분리했고 회장인 존 스트래인지필드는 리서치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매도등급과 같은 과감한 등급부여를 자유롭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솔직한 등급부여가 월가에 정착돼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많은 증권사들은 부작용을 더 우려하고 있다. 즉 낮은 투자등급부여는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구실이 되고 투자운용부분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프루덴셜 증권의 작은 반란이 월가의 투자등급관행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사이프 트러스트펀드의 마이클 스테드는 "자신이 보유한 펀드종목에 대해 매도등급을 매기는 애널리스트는 본적이 없다"며 "월가의 투자관행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프루덴셜 증권의 작은 시도가 월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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