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도 브랜드에 웃고 울죠"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6분


이달 말부터 올 상반기 중에 용인 일대에서 8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입주시키기 위해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어야 할 주택업체들이 요즘 발칵 뒤집혔다.

용인시가 아파트 건물에 시공사 마음대로 건물 외벽 색채나 로고, 브랜드를 쓰지 말고 용인시가 부여한 ‘○○마을’과 같은 표기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때문이다.

용인시 건축과 이진환 과장은 “그동안 시공사 단위로 아파트 외벽의 색채 도안 등을 결정하면서 도시 경관이 크게 훼손돼 왔다”며 “시 규정을 따른 사업장에만 사업승인이나 준공승인을 내주는 방식으로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이에 대해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A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용인시 요구대로 하면 회사 브랜드를 알리려고 그동안 쏟아부은 수십억원의 홍보마케팅 비용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역시 이달 말 입주예정인 B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도 “민간기업이 만든 자사상품에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이처럼 주택업체들이 브랜드 사용에 집착하는 것은 98년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때문.

지난해 서울시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 동시분양에서 국내 건설도급순위 10위권 이내 대형업체의 경우 평균 1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반면 11∼100위권 기업은 1.3대 1에 불과했다.

또 도봉구 방학동에서 분양된 ‘삼성래미안’은 10.3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인근에서 분양된 다른 중소업체의 아파트는 0.2대 1로 머물면서 미분양됐다.

매매가에도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와 K아파트는 서울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도보 3분 정도 거리로 비슷한 입지여건을 갖췄지만 33평형의 가격이 8000만원 정도 차이가 날 정도다.

업체마다 수억원의 출연료를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채시라 황수정 등과 같은 톱 탤런트를 등장시킨 신문이나 TV광고 제작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유사한 조건이면 더 친숙한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 심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파트라면 나중에 집을 팔 때를 생각해 가급적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를 골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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