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응한/세금 줄여 경기 살리자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선거 당시부터 주장해 온 포괄적 감세정책을 새 정부 제1의 과제로 밀고 나가고 있다. 15∼39.6%의 개인 소득세율을 10∼33%로 줄이자는 내용이다.

▼美감세통해 호황유도 경험▼

국민에게 세금을 되돌려줘 정부 대신 국민이 직접 투자하고 지출하게 하고 작은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드는 것을 감세정책으로 막자는 목적도 있다. 미국 경제와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에는 이것이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지출 규모가 날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왕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면 감세정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민주당 인사 중 상당수가 감세에 동의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들은 감세가 세수를 축소해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사회복지에 필요한 재정지출을 감소시킬 것을 우려한다. 또 경기 진작에는 재정정책보다 금융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론도 있고 포괄적인 감세로 부유층만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기업가와 국민의 여론은 압도적으로 감세를 지지한다. 이런 컨센서스의 이면에는 미국의 과거 감세 경험이 있다. 미국은 20세기에 세차례(20, 62, 81년) 대규모 감세정책을 시행해 모두 다 침체된 경기를 호황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세율은 줄어도 총세수는 증가했고 최고 부유층의 세금 부담률도 세 번 모두 오히려 늘어났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후인 81년에는 30% 포괄적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해 83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 결과 83년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해 세수는 오히려 80년대 초 5170억달러에서 80년대 말 1조3050억달러로 늘었다. 그 후에도 몇 차례의 감세가 있어 81년 50%가 넘던 최고 개인 소득세율이 88년 28%로 줄었으나 최고 상위 1% 부유층의 총세금 부담률은 17.6%에서 27.5%로 오히려 증가했다.

미국의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요즘처럼 소비심리와 기업가의 사업의욕이 위축됐을 때는 우리도 감세정책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감세해주는 만큼 소비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기업인은 세후 수익률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 의욕이 늘어 기업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경기가 회복되면 세원이 늘어나 적절한 세율감소는 총세수를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

물론 절세와 탈세를 할 경제적 요인이 줄어 세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부유층 세원이 증가돼 그들의 세금부담률이 증가하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외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국제화돼 있을 때는 자본은 세금이 낮은 국가로 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위험한 정책이다. 10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별 효과가 없어 50조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도덕적 해이만 초래할 뿐 바람직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지출 확대 위험한 정책▼

일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대규모 재정지출로 선진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재정적자국이 됐을 뿐 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다. 정부가 투자하고 지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가 선심 위주의 비효율적인 투자와 지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를 대체함으로써 국내 민간투자가 감소돼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기만 했다. 일본이 진정으로 필요로 했던 것은 감세를 통해 국민과 민간기업이 직접 소비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구조조정이 시급한 곳은 정부다.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규모를 줄여 작은 정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감세 조치 없이는 재정규모가 줄어들 수 없다.

물론 미국식 감세정책을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국민도 감세를 요구할 때가 됐고, 정부도 세제와 징세 실정에 맞게 소득세 법인세 등을 포괄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응한(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 미시간대 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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