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정책 되돌아볼 때다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0분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가 28일 그동안 나온 부시 행정부측의 대북(對北) 정책에 대한 견해를 더욱 구체화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내외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비록 외교적 공식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한 얘기이긴 하지만 아미티지 내정자는 북한과의 상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이제는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휴전선 근처에 전진 배치된 북한군의 후방 이동, 재래식 무기 감축,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확실한 조치 등을 들었다는 보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 대한 그의 언급이다. 그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남북관계에 정권의 운명을 걸고 있어 실패했을 때에 부담이 크다”면서 “그래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태도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이 우리나 주변국들에 보여준 태도를 보면 의심을 사고 불신임을 받을 만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우선 눈앞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만 급급한 측면이 많았다. 이러다 보니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리고 남북한이 모두 전시적인 행사에만 매달리는 꼴이 됐다. 아미티지 내정자가 북한의 상호주의와 긍정적인 반응을 요구하면서 햇볕정책이 실패했을 때의 부담까지를 얘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내부적으로는 북한에 퍼주기만 한다느니,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한다느니 하는 비판이 없지 않다. 대북 정책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가 하면 북한의 변화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 스스로도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을 차분히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 때문에 북―미간은 물론 한미(韓美)관계에도 새로운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부시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북한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북 관계를 둘러싼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한미 두 나라는 하루빨리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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