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주인이다/下]뮤추얼펀드 ‘주주는 봉’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99년10월. 72세의 할아버지 이모씨는 한 자산운용사의 뮤추얼펀드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회사 사장은 “우리에게 돈을 맡기면 많이 불려주겠다”며 참석자들을 설득했고 이씨는 40년동안 모은 전재산을 맡겼으나 원금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2000년10월 펀드만기가 끝나 청산을 결정하기 위한 주주총회가 열렸다. 투자손실을 강력히 항의하는 주주들에게 사장은 “명백한 실수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법적인 배상책임은 없다”는 말만 남겼다. 이씨는 낙담한 채 쓸쓸히 발길을 돌렸고 현재는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뮤추얼펀드 투자자는 명백히 회사의 주주이지만 주주로서의 대접을 전혀 못받고 있다. 이에따라 다음달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인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허용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감독기능이 없다〓한국펀드평가가 작년 7월말현재 138개 뮤추얼펀드의 감독이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각종 증권상품에 대한 지식을 갖춘 증권분야 종사자는 16.8%에 불과했다(표참조). 펀드운용이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할 법률전문가도 6.2%에 그쳤다. 반면 감독비중이 적은 세무 회계분야 전문가는 29.8%로 가장 많았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감독이사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과 책임 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감독이사가 자산운용사 대주주의 친인척, 회사업무와 관련된 사람으로 구성돼있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로인 최상길 이사는 “주주들이 소액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주식을 모으지 못해 회계장부열람 등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주대표자회의 등 권익보호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뮤추얼펀드 감독이사 직종▼(2000년 7월 현재)

분 야인원수(%)
증 권27명(16.8%)
세무/회계48명(29.8%)
학계(경제관련)12명( 7.5%)
금 융15명( 9.3%)
법 률10명( 6.2%)
기 타43명(26.7%)
미 확 인 6명( 3.7%)
161명
* 주 : 학계는 연구원 또는 교수, 금융분야는 은행 보험 벤처캐피탈 등 종사자, 기타는 증권 경제 회계 법률 이외 전공자.(자료 : 한국펀드평가)

▽고수익만 강조하는 판매방식〓자산운용사들은 ‘수익률 100%의 신화’ 만을 강조할 뿐 주주로서 어떠한 권리를 갖는지, 감독이사는 누구를 선임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A사는 수익률만을 좇아 만기1년 미만인 폐쇄형펀드에서 비상장주식을 매입했다가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작년부터 주가폭락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뮤추얼펀드는 99년말 79개(5조5861억원)에서 2000년말 68개(2조1371억원)로 급격히 줄었다.

▽객관적인 펀드평가 시급〓미국은 1940년 투자회사법에서 펀드운용사를 선정할 때 이사회가 운용사의 수수료와 투자성과 등을 체크해 의결권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15C 리포트 조항).

한신평밸류 장순국 대표는 “미국처럼 1년동안의 운용내용을 외부 펀드평가사에 보내 △위험자산에 투자했는지 △수익률은 다른 펀드에 비해 어떠한지 △성과보수가 적정한지 등을 평가하고 이를 주주에게 보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