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수/사회인의 대학가는 길 넓히자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학력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체니 부통령은 고교 졸업 후 예일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낙제하는 바람에 중퇴했다. 그 후 전력회사에서 고된 일을 하다가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와이오밍주립대에 진학해 졸업했으며 위스콘신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예일대에 다닐 때 뚜렷한 목표와 방향감각이 없어서 놀다가 낙제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필자의 미국 친구는 고교 졸업 후 30세가 훨씬 넘어서야 2년제 대학에 진학하면서 휴렛팩커드사의 기능공으로 일했다. 그 후 스탠퍼드대 공대 3학년에 편입해 졸업하고 엔지니어가 됐다. 또 필자가 아는 한 재미 한국인은 자녀들을 다 키워 놓고 40세가 넘어서야 미국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해 공인회계사가 됐다.

이들의 ‘성공’ 사례는 한국에서처럼 다시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고 취직하는 데 나이 제한이 있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실정을 보면 과연 한번 실패한 사람이 재기할 수 있는 길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입시에 실패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에 진출하는 데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직장에서 몇 년 일하다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수능시험을 쳐야 하고, 다행히 대학에 들어가 졸업해도 연령 제한 때문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고교 졸업 후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취직해 일하다가 나중에 다시 2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입학하는 데 수능시험도 필요 없고, 전공 분야에서 요구하는 과목만 이수하면 된다. 자리가 있는 한 선착순으로 과목에 등록할 수 있어 입학이 보장되는 셈이다.

또 대학에 다니다가 파트타임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고, 장기 휴학했다가 복잡한 절차 없이 서류 한 장으로 재입학할 수도 있다. 5년 후, 10년 후에 재입학해서 학위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컴퓨터 창업자의 한사람인 스티브 위즈니엄은 10년 이상 휴학했다가 재입학해 버클리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경우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수용능력의 한계 때문에 치열하지만 매년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을 볼 때 우리도 미국식 제도를 도입하면 진학 희망자를 거의 다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취직해 사회도 경험하면서 대학 진학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면 왜 대학에 진학해야 되고, 원하는 전공분야가 무엇인지를 경험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뒤 적성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도 적을 것이다. 대학 진학 희망자를 장기간에 걸쳐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이 강국이 된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인적자원을 잘 양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미국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는 의미를 새겨봐야 할 것이다.

유영수(선문대 교수 ·정보통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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