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적십자회담 ‘신사고’에 걸맞게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57분


새해 들어 첫 남북회담으로 29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3차 적십자회담에 많은 기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연초 모든 문제를 21세기라는 새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신사고’를 강조한 후 처음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부시정권이 출범한 후 첫 회담이어서 북측이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번 남북적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찾기 대상을 크게 늘리기 위한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가 3대 의제로 꼽힌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그렇게도 떠들썩했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양쪽에서 모두 400명이 만났을 뿐이다. 이것은 전체 이산가족 1000만명이나 남한의 상봉신청자가 10만명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숫자다.

이산가족 찾기가 단순한 행사로만 반복되지 않으려면 상봉신청자 전원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만나고 싶은 모든 이산가족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면회소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비전향장기수를 보내주면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9월초 63명의 장기수가 북에 갔는데도 아직껏 면회소 설치 문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제 북측은 남한에 전향해서 정착한 장기수까지 보내라고 요구하는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북한이 먼저 국군포로와 납북억류자 모두를 남한의 그 가족 품에 돌려보내야 한다.

면회소의 장소 문제도 북측이 금강산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이산가족 다수를 상시적으로 만나게 하기 위한 면회소의 입지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말할 것도 없이 이산가족들의 편의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교통여건이 좋으며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상식선에서 이런 점만 보더라도 금강산은 면회소 위치로는 부적합하다.

남측이 제시한 판문점에 대해 북측은 미군이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거부하지만 현 상태에서 기존 시설 등의 여건을 고려하면 남북의 만남 장소로는 판문점이 최선이다. 9월 경의선이 개통되면 면회소를 문산과 개성 사이의 중립지대로 옮기는 것이 정당한 순서일 것이다.

이번 적십자회담의 3대 의제는 모두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타결돼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