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죽음에 이르는 '비만'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일본 씨름 스모의 최고봉 '요코즈나' 타이틀을 지닌 아케보노가 은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과체중으로 인한 무릎 통증때문이라고 한다. 230킬로그램의 몸무게 때문에 그는 늘 무릎 연골의 아픔을 호소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었다고 한다. 스모는 비좁은 공간(도효)에서 싸우는 만큼 무게가 실한 편이 유리하다. 하와이 출신의 그는 타고난 체구 체중을 밑천으로 본바닥 청년들을 누를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체중 때문에 내려선다. '칼로써 일어선 자, 칼 때문에 망하는 인생' 같은 것일까. 챔피언의 퇴장에 너무 야박한 말 같지만 한편으로는 철리(哲理)를 깨닫게도 된다. 지나친 체중은 챔피언 타이틀만 죽이는게 아니다. 보통 사람에게도 심장 혈관, 신장의 퇴행성 질환을 불러 더 빨리 눕게 한다. 당뇨 통풍 골관절염 발병을 두세배나 높이고, 뇌졸중 위험을 높이며,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쁜한 체중이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이롭다. 이것을 모르는 이가 없지만 비만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만이 해마다 3%포인트 씩 늘어 이제 어른의 33%가 문제라고 한다. 알면서도 몸집이 불어나고, 그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이 숱해도 군살 빼기란 쉬운게 아니다. 또 다른 엄청난 고통이기 때문이다. 기업 비대화가 해롭기만한 '한국병' 인 것을 알면서도, 기업집단의 덩치나 부채는 줄지 않고 결국 통째로 쓰러지는 것과 비슷하다. 선단(船團)그룹이 무너져 나라와 국민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치와도 같다고나 할까.

▷재벌에 기대어 일어선 한국이 재벌의 비만과 그 합병증에 휘청거린다. 거구 아케보노의 성취와 좌절에 통하는 이치같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챔피언은 챙길만큼 챙겼으니 물러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업은 '은퇴' 가 없고 패망 뿐이니 체중감량 밖에 살 길이 없다. 그런데 아케보노같은 잠 못이루는 통증은 이땅에서 재벌기업의 아픔이 아닌 것 같다. 재벌의 부도나 부채비율, 대외 신용같은 것이 온통 국민과 나라 정부의 불면(不眠)거리 통증이다. 그래서 감량 개혁이 더딘가.

<김충식 논설위원> 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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