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북한 미술 50년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42분


◇북한 미술 50년/이구열 지음/336쪽, 1만5000원/돌베개

민족분단 반세기, 그 오랜 망령의 이데올로기 장벽을 뛰어넘어 북한미술을 본격 조명한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근현대 한국미술사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원로 미술평론가 이구열씨. 그의 학문적 관심과 업적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와 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민족 수난사와 함께 한 한국미술의‘잃어버린 얼굴 되찾기’에 있다.

이 책 역시 북녘 미술 50년의 발자취를 조망, 진정한 한국미술사를 정립하려는 저자의 남다른 의지가 깔려 있다. 태고의 민족 동질성, 둘로 갈라진 민족 이질성을 가로질러 남과 북의 미술사를 잇는 가교(架橋)인 셈이다.

분단 미술사의 복원이며, 미술사 통일’열망의 뜨거운 분출이다. 여기에는 근대 화단의 주역들과 월북화가 등 잊혀진 역사, 아픔의 역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금기시되었던 북한미술이 남한 전문가들의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0여년 남짓. 1988년 정부의 납북 월북작가 해금조치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북한미술 정보는 여전히 제한되어 있고, 자료 또한 빈약하다. 원천적으로 북한미술계의 정보 생산 능력 부재가 걸림돌이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서 ‘조선미술사’(1990), ‘조선력대미술가편람’(1994) 등 현대미술 관련 저작이 부쩍 늘어나면서 북녘미술의 실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최근까지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미술’ ‘조선예술’ 등 미술문예잡지, 미술관련 저작물, 각종 화집, 해외 출판물 등을 두루 섭렵한 뒤 원전에 충실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미술가 인명, 미술용어, 연표, 미술가 조직 등 1차 사료들을 조사 발굴해 그 낱알들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고 있다.

또한 북한미술의 핵심인 김일성 주체미술의 사상적 배경, 사회주의 체제와 미술정책과의 관련성 등 상부구조도 일별하고 있다.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 내용을 담는다’는 북한미술의 정체성을 ‘조선화’라는 독자 형식을 통해 꿰뚫고 있다. 물론 여전히 북한미술의 사상, 미학, 양식 상의 다양한 해석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것은 신(新) 남북시대를 맞은 후학들이 도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책에는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품과 각종 국가전람회 입상작 등 100여점의 작품 도판도 실려 있어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 한반도를 눈물 바다로 몰아넣었던 이산가족 상봉의 짜릿한 감동과 함께 북한미술도 이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김 복 기(월간 ‘아트 인 컬쳐’ 편집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