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 청문회 왜 피하나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54분


공적자금의 운용실태를 다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한해 국가예산과 맞먹는 막대한 공적자금의 조성과정과 사용처, 집행과정의 잘잘못을 따져 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고자했던 청문회가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놓고 벌인 여야간의 힘겨루기 끝에 열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장외' 에서 공적자금의 부실집행을 연일 언론에 폭로하고 있어 이 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미디같은 일은 금융당국이 이에 맞서 매일 정례적으로 이른바 해명브리핑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바로 그같은 지적과 설명을 듣고자 한 것이 청문회인데 당사자들은 국회를 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칼날들을 세우고 있다.정부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여당을 설득해서라도 국회에서 국민에게 직접 답변을 할 일이다.

한나라당의 지적가운데 일부는 오류라고 하더라도 상당부분은 집행당국이 의혹을 살 만한 내용도 들어있다. 우선 공적자금을 심의, 집행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가 안건의 99%를 승인했고 그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90%이상을 서면심의로 통과시켰다는 것은 사실이라면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당초 철저하게 따져서 한 점 의혹없이 집행하겠다며 만든 기구가 결국은 정부의 거수기노릇이나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떳떳치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 여당이 청문회를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 하다.

특히 공적자금의 규모와 회수불가능한 금액이 정부 발표와 다르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면밀하게 따져봐야할 대상이다. 또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이 일으킨 범법행위로 누수된 자금이 수천억에 달한다는 지적도 반드시 규명을 해야할 논점이다. 우려했던 대로 공적자금이 흥청망청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청문회가 무산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공적자금과 관련해 한 점 감출 것이 없다면 일괄신문이건 개별신문이건 그것이 청문회를 무산시킬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운영방식에 대한 의견차이로 공적자금을 내야 하는 국민의 알권리가 무시된다면 국회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방식으로 공적자금의 실체규명이 덮어져서는 안된다. 국회가 청문회를 포기하면 앞으로 공적자금은 우리가 걱정하던 것 보다 더 무책임하게 집행될지 모른다. 다시 한번 국회 청문회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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